1. 판결이 송달되면 시계가 둘 돕니다
1심에서 지고 나면 날짜부터 세셔야 합니다. 그런데 많은 분이 시계를
하나만 셉니다.
| 무엇을 | 언제까지 | 안 내면 |
|---|
| 항소장 | 판결서가 송달된 날부터 2주 | 1심 판결이 그대로 확정 |
| 항소이유서 | 항소기록 접수통지를 받은 날부터 40일 | 항소 각하 |
항소기간 2주는 민사소송법 제396조가 정한
불변기간입니다. 법원도 늘려 줄 수 없습니다. 판결서가 송달되기 전에 미리 내는 것은 됩니다.
여기서 한 가지 짚고 넘어가겠습니다. 법이 정한 기준은 「내가 직접 받은 날」이 아니라
「판결서가 송달된 날」입니다. 집에 없어 같이 사는 가족이 대신 받았어도(보충송달) 그날부터 셉니다. 전자소송을 이용하신다면 시스템에 등재된 뒤 통지가 가는 시점이 기준이므로,
알림을 받으면 그날 바로 날짜를 적어 두시는 것이 안전합니다.
두 번째 시계가 새로 생긴 것입니다.
2025년 3월 1일부터 민사에도 항소이유서 제출 의무가 생겼습니다(민사소송법 제402조의2). 항소장을 내면 원심 법원이 기록을 항소법원으로 보내고, 항소법원이 「기록을 받았다」고 통지합니다(제400조 제3항).
그 통지를 받은 날부터 40일이 이유서 기한입니다.
예전에는 항소장만 제때 내면 나머지는 재판 날짜를 잡아 가며 준비하면 됐습니다. 지금은 다릅니다.
2. 항소이유서를 안 내면 각하됩니다
민사소송법 제402조의3은 기한 안에 항소이유서를 내지 않으면
항소법원이 결정으로 항소를 각하하여야 한다고 정합니다. 「할 수 있다」가 아니라 「하여야 한다」입니다.
예외는 둘뿐입니다.
법원이 직권으로 조사할 사유가 있을 때와
항소장에 이미 항소이유가 적혀 있을 때입니다.
여기서 많은 분이 걸립니다. 항소장 양식에 항소이유란이 있으니 거기에 한두 줄 적어 두면 되겠거니 생각하기 쉽습니다. 대법원이 바로 그 지점을 판단했습니다.
항소장에 이렇게만 적은 사건이었습니다.
> 원심의 판단은 사실을 오인하여 판결에 영향을 미친 위법이 있어 이 사건 항소에 이르렀습니다. (구체적인 항소이유는 추후 제출할 것입니다.)
그리고 통지를 받고도 기한 안에 이유서를 내지 않았습니다. 항소법원은 항소를 각하했고, 대법원은
이 기재를 적법한 항소이유로 볼 수 없다며 재항고를 기각했습니다(대법원 2026. 2. 26. 자 2025마9010 결정).
기준도 함께 밝혔습니다. 항소이유는
1심 판결 중 다투는 부분을 구체적으로 특정해야 하고,
상대방이 반박할 수 있고 그 주장을 중심으로 변론이 모일 수 있을 정도로 적어야 한다는 것입니다. 「사실오인」·「법리오해」 같은 낱말만으로는 부족합니다. 하급심도 같은 기준으로 판단하고 있고, 행정소송에도 그대로 적용됩니다(행정소송법 제8조 제2항).
기한이 모자라면 연장을 신청할 수 있습니다. 한 번에 한해 1개월입니다(제402조의2 제2항). 다만
원래 40일이 지나기 전에 신청해야 합니다.
연장을 받았다면 날짜 계산에 함정이 하나 있습니다. 대법원은 연장 결정이 나면
40일과 연장 기간을 합친 하나의 기간으로 바뀐다고 보았습니다. 그래서
연장 전 40일째가 토요일이나 공휴일이어도 그날은 기간의 중간일 뿐이라, 「말일이 공휴일이면 다음 날 만료」 규정(민법 제161조)이 적용되지 않습니다(대법원 2026. 4. 10. 자 2025마9429 결정). 실제로 그 사건에서는 이틀 늦게 낸 항소이유서 때문에 항소가 각하됐습니다. 변호사도 헷갈릴 수 있는 계산이니, 연장을 받으셨다면 만료일을 법원에 한 번 확인하시는 편이 안전합니다.
각하 결정을 받으셨더라도 끝은 아닙니다.
즉시항고로 다툴 수 있습니다(제402조의3 제2항). 다만 그 기간은
결정을 고지받은 날부터 1주이고 이것도 불변기간입니다(제444조).
3. 항소심은 「다시 하는 재판」이 아닙니다
가장 많이 오해하시는 부분입니다. 항소하면 처음부터 새로 심리할 거라고 생각하시는데, 우리 민사 항소심은
1심 기록을 그대로 물려받아 그 위에 이어서 하는 구조입니다.
1심에서 낸 서면과 증거는 항소심에서도 살아 있습니다. 1심에서 하지 않은 주장이나 내지 않은 증거를 새로 낼 수는 있지만, 늦으면 불이익이 따릅니다. 민사소송규칙 제126조의2 제4항은 정당한 사유 없이 기한을 넘겨 항소이유서에 없던 새 주장을 내면
법원이 결정으로 각하할 수 있다고 정합니다.
각하가 반드시 뒤따르는 것은 아니고 법원의 재량이지만, 기대고 있을 일은 아닙니다.
항소심에서 쓸 카드는 되도록 40일 안에 꺼내 놓는 것이 안전합니다.
4. 뒤집히는 사건과 뒤집히지 않는 사건
민사소송규칙 제126조의2 제1항은 항소이유를 네 가지로 나눕니다.
1. 1심 판결이 전속관할 규정에 어긋나거나 그 절차가 법률에 어긋난 때
2. 1심 판결 중
사실을 잘못 인정하거나 법리를 잘못 적용한 부분이 있는 때
3. 1심 판결의 이유를 밝히지 않았거나 이유에 모순이 있는 때
4. 그 밖에 1심 판결을 취소하거나 변경해야 할 사유가 있는 때
실무에서 승부가 갈리는 곳은 대부분 2번입니다. 같은 2번 안에서도 결이 다릅니다.
바뀔 여지가 있는 쪽은 1심이 보지 못한 자료가 있는 경우입니다. 뒤늦게 찾은 계약서·문자·입금내역, 1심에서 신청하지 못한 감정이나 사실조회, 1심 판결이 증거 하나를 빠뜨렸거나 계산을 틀린 자리가 그렇습니다. 법리 적용이 어긋난 경우도 마찬가지입니다.
바뀌기 어려운 쪽은 같은 자료를 두고 판단만 다시 해 달라는 경우입니다. 1심에서 한 주장을 표현만 바꿔 되풀이하면, 2심 재판부도 같은 기록을 보고 같은 결론에 이르는 일이 많습니다.
그래서 항소 여부를 상의할 때 제가 먼저 보는 것은
판결문의 「이유」 부분입니다. 재판부가 무엇을 인정했고 무엇을 배척했는지, 배척한 이유가 증거 부족인지 법리 판단인지를 읽으면 다툴 자리가 있는지 대체로 드러납니다. 증거가 부족해서 졌다면 그 증거를 채울 수 있는지가 관건이고, 법리로 졌다면 그 법리를 뒤집을 근거가 있는지가 관건입니다.
5. 기간을 놓쳤다면 — 추후보완항소
2주가 지나 버렸다고 해서 늘 끝은 아닙니다. 민사소송법 제173조는
당사자가 책임질 수 없는 사유로 불변기간을 지키지 못한 경우, 그 사유가 없어진 날부터 2주 안에 못 한 소송행위를 보완할 수 있다고 정합니다(사유가 없어질 당시 외국에 있었다면 30일).
가장 흔한 경우가
공시송달입니다. 상대가 내 주소를 모른다며 소를 제기해 법원 게시판에 공고하는 방식으로 재판이 진행됐다면, 나는 소송이 걸린 사실조차 모른 채 판결이 확정됩니다. 이런 사건에서 추후보완항소가 쓰입니다.
다만
공시송달이라고 다 되는 것은 아닙니다. 대법원은 두 경우를 가릅니다.
·처음 소장부본부터 공시송달로 진행된 경우: 당사자는 소송이 걸린 것을 알 길이 없었으므로 추후보완이 인정될 여지가 큽니다.
·소송이 진행되던 도중에 송달이 안 되어 공시송달로 바뀐 경우: 이미 소송을 알고 있었으니
진행 상황을 조사할 의무가 있고, 이를 게을리해 기간을 넘겼다면 「책임질 수 없는 사유」로 보지 않습니다(대법원 2012. 10. 11. 선고 2012다44730 판결).
그리고
과실이 없었다는 점은 추후보완을 하려는 쪽이 증명해야 합니다. 기산점도 「판결이 있었다는 것을 안 날」이 아니라 보통 사건기록을 열람하거나 판결정본을 새로 받은 때로 잡히므로, 뒤늦게 알게 되셨다면
그날부터 2주라는 점을 꼭 기억하시기 바랍니다.
6. 형사 사건은 기간이 다릅니다
형사는 훨씬 촉박합니다.
| 무엇을 | 언제까지 | 안 내면 |
|---|
| 항소장 | 선고일부터 7일 | 1심 판결 확정 |
| 항소이유서 | 소송기록 접수통지를 받은 날부터 20일 | 항소 기각 결정 |
형사소송법 제358조가 항소기간을 7일로 정합니다. 민사와 달리
판결문을 받은 날이 아니라 선고한 날부터 셉니다. 법정에서 선고를 듣고 나오면 그날부터 시계가 도는 것입니다.
항소이유서는 제361조의3에 따라 20일이고, 내지 않으면 제361조의4에 따라
결정으로 항소가 기각됩니다. 민사가 「각하」인 것과 용어가 다르지만, 항소가 그대로 끝난다는 점은 같습니다. 상대방은 이유서를 받고 10일 안에 답변서를 냅니다.
한 가지 안심하실 점이 있습니다.
피고인만 항소했거나 피고인을 위해 항소한 사건에서는 1심보다 무거운 형을 선고할 수 없습니다(형사소송법 제368조, 불이익변경금지). 항소했다가 형이 더 무거워질까 걱정해 포기하는 분들이 계신데, 검사가 함께 항소하지 않았다면 그런 일은 없습니다. 검사도 항소했다면 이 보호가 적용되지 않으므로
더 무거운 형이 선고될 가능성이 열려 있습니다. 반드시 무거워진다는 뜻은 아닙니다.
민사에도 비슷한 원칙이 있습니다. 민사소송법 제415조는 1심 판결을
불복한 한도 안에서만 바꿀 수 있다고 정합니다. 다만 상계 주장을 인정한 때는 예외입니다.
7. 돈은 얼마나 더 드나
항소장에는 1심 소장 인지액의
1.5배를 붙입니다(민사소송 등 인지법 제3조). 상고장은 2배입니다. 송달료도 다시 냅니다.
변호사 보수는 새로 약정하는 것이 보통입니다. 다만 1심을 맡았던 변호사가 이어서 하면 기록 파악이 끝나 있어 조건이 달라지기도 합니다.
소송에서 이기면 상대에게 돌려받는 소송비용에도 변호사보수가 들어가는데,
실제로 낸 보수 전액이 아니라 규칙이 정한 한도까지입니다. 이 계산은
소송비용·변호사비용 계산기로 미리 가늠해 보실 수 있습니다. 기간 계산은
법정기간 자동 계산기에 절차를 고르면 기산점과 휴일 보정까지 나옵니다.
8. 상대방만 항소했을 때, 그리고 항소를 거두고 싶을 때
내가 일부 이기고 일부 졌는데 상대방만 항소한 경우가 있습니다. 내 항소기간 2주는 이미 지났고, 이대로 두면 내가 진 부분은 그대로 확정됩니다.
이때 쓰는 것이
부대항소입니다. 민사소송법 제403조는 피항소인이
항소권이 소멸된 뒤에도 변론이 끝날 때까지 부대항소할 수 있다고 정합니다. 상대가 항소한 덕분에 열린 문을 같이 쓰는 것입니다.
부대항소는 상대방의 항소에 얹혀 있어서
상대가 항소를 취하하거나 그 항소가 각하되면 함께 효력을 잃습니다(제404조 본문). 다만 예외가 있습니다.
아직 내 항소기간이 남아 있을 때 낸 부대항소는 독립된 항소로 봅니다(같은 조 단서). 상대가 거둬도 내 것은 살아남는다는 뜻이므로,
기간이 남아 있다면 부대항소라는 이름으로 내더라도 불리할 것이 없습니다.
거꾸로 내가 항소했다가 거두고 싶을 때도 있습니다. 항소 취하는
항소심 종국판결이 있기 전까지 할 수 있습니다(제393조). 다만 소송행위라서 한 번 하면 되돌리기 어렵고, 항소기간이 이미 지난 뒤에 취하하면
1심 판결이 확정됩니다. 상대방이 부대항소를 해 둔 상태라면 내 취하로 그 부대항소도 함께 떨어지므로, 합의 자리에서 이 구조를 알고 계신 것과 모르고 계신 것은 차이가 큽니다.
9. 소액사건은 조금 다릅니다
소송 목적의 값이 작은 소액사건은 두 가지가 다릅니다.
첫째,
상고가 거의 막혀 있습니다. 소액사건심판법 제3조는 ① 법률·명령·규칙·처분의 헌법 위반 여부 등에 대한 판단이 부당한 경우와 ②
대법원 판례에 상반되는 판단을 한 경우에만 상고할 수 있다고 정합니다. 단순한 사실오인이나 법리오해는 상고이유가 되지 않습니다. 소액사건에서는
2심이 사실상 마지막 기회라고 보시는 편이 맞습니다.
둘째, 소액사건은 판결에 이유를 적지 않을 수 있는데,
그런 경우에는 항소이유서에서 다투는 부분을 구체적으로 특정할 의무가 면제됩니다(민사소송규칙 제126조의2 제2항 단서). 판결문에 이유가 없으니 무엇을 다툰다고 특정하라고 요구할 수 없기 때문입니다. 다만 이유서 자체를 내야 하는 것은 같습니다.
10. 청주에서 항소를 고민하신다면
1심 판결문이 송달된 날이 언제인지부터 확인하시기 바랍니다. 2주는 생각보다 빨리 지나갑니다. 항소장을 내셨더라도 끝이 아닙니다. 항소기록 접수통지가 오면 그때부터 40일, 그 안에 다투는 부분을 구체적으로 적은 이유서를 내셔야 합니다.
청주지방법원에서 1심을 받으셨다면 항소심을 맡는 곳은 둘로 갈립니다.
합의부가 1심이었으면 대전고등법원 청주재판부,
단독판사가 1심이었으면 청주지방법원 본원 합의부가 원칙입니다(법원조직법 제28조 제1호, 제32조 제2항). 다만 단독 사건이라도 대법원규칙이 정한 일부는 고등법원이 맡으므로(같은 법 제28조 제2호), 판결문에 적힌 재판부와 사건번호로 확인하시는 편이 정확합니다.
법률사무소 信은 청주에서 21년째 민사·형사 사건을 맡아 왔습니다. 항소 상담에서 저희가 하는 일은 이렇습니다.
첫째, 판결문의 이유를 읽어 1심이 무엇을 근거로 그렇게 판단했는지 짚습니다.
둘째, 그 판단을 흔들 자료가 실제로 있는지, 새로 구할 수 있는지를 봅니다.
셋째, 항소로 얻을 것과 드는 비용·시간을 숫자로 견줍니다.
넷째, 다툴 자리가 없다고 판단되면 항소하지 마시라고 말씀드립니다. 이기지 못할 항소를 권해 비용만 쓰게 하는 것은 의뢰인에게 도움이 되지 않습니다.
다섯째, 진행하기로 하면 기한 안에 항소이유서를 완성합니다.
판결문을 들고 오시면 됩니다. 기간이 얼마 남지 않았거나 이미 지난 것 같다면, 그 사정까지 전화로 먼저 말씀해 주십시오. 추후보완이 되는 사건인지부터 보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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