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세 답변
1. 이 글은 조금 다른 글입니다
변호사는 직무상 알게 된 의뢰인의 비밀을 지킬 의무가 있습니다(변호사법 제26조). 그래서 제가 실제 수행한 사건을 그대로 소개할 수는 없습니다. 이 글은 특정한 하나의 사건이 아니라, 2006년 개업 이래 청주에서 수행해 온 여러 공사대금 사건에서 반복적으로 나타나는 흐름을 일반화해 재구성한 것입니다. 개별 사건의 각색이 아니라 여러 사건의 평균값이므로, "내 사건은 앞으로 어떻게 흘러갈까"를 가늠하는 데에는 오히려 더 정확할 수 있습니다.2. 분쟁은 "돈을 안 준다"가 아니라 "얼마를 줄 거냐"에서 시작됩니다
공사대금 상담을 오시는 분들은 대개 "일을 다 했는데 돈을 떼였다"고 말문을 여십니다. 그런데 상대방을 만나 보면 이야기가 다른 경우가 많습니다. 아예 안 주겠다는 사람은 의외로 드물고, 대부분은 "하자가 있다", "약속한 공사를 다 하지 않았다", "공기가 늦어 손해가 났다"며 줄 돈을 깎으려 합니다. 그래서 공사대금 사건의 본질은 순수한 떼먹기이기보다, 얼마를 줘야 하느냐를 둘러싼 금액 다툼인 경우가 훨씬 많습니다. 또 하나, 이 분들께 계약서를 보여 달라고 하면 상당수가 난처해하십니다. 견적서 한 장이 전부이거나, 추가 공사는 현장에서 구두로 지시받아 진행한 경우가 흔합니다. 도급 계약은 서면이 없어도 성립하지만(민법 제664조), 재판에서 대금을 정하는 것은 결국 서면과 기록입니다. 건설 현장이 서로에 대한 신뢰로 시작해 서류 없이 굴러가다가, 대금 단계에 이르러 그 허술함이 고스란히 청구서의 걸림돌로 돌아오는 것입니다.3. 첫 상담에서 확인하는 세 가지
상담에 오시면 저는 세 가지부터 확인합니다. 첫째, 계약의 실체입니다. 얼마에, 어디까지 하기로 했는지를 봅니다. 계약서가 있으면 가장 좋지만, 없더라도 견적서, 발주서, 주고받은 문자와 카카오톡, 세금계산서, 중간에 받은 기성금 입금 내역을 모으면 계약의 윤곽을 복원할 수 있습니다. 특히 현장에서 구두로 추가된 공사가 있다면, 그것을 무엇으로 증명할지가 처음부터 중요한 숙제가 됩니다. 둘째, 기성고입니다. 공사가 중간에 멈춘 사건에서는 전체 대금이 아니라 실제로 시공한 만큼의 비율, 즉 기성고가 받을 수 있는 돈의 크기를 정합니다. 어디까지 시공했는지, 그 시점의 사진과 작업일지가 남아 있는지가 관건이고, 다툼이 크면 결국 감정을 거치게 됩니다. 셋째, 소멸시효입니다. 공사대금 채권은 3년만 지나면 소멸시효로 사라질 수 있습니다(민법 제163조 제3호). 일을 끝낸 때부터 시간이 흐르는데, "거래처인데 설마", "곧 준다니까" 하며 미루는 사이에 권리 자체가 없어지는 사고가 실제로 일어납니다. 그래서 저는 상담 첫날 시효부터 계산해 봅니다.4. 길은 보전과 본안, 두 갈래로 함께 갑니다
공사대금 사건은 다른 소송과 달리 순서가 조금 특별합니다. 소송을 걸기 전에 먼저 손을 써 두어야 할 때가 많기 때문입니다. 먼저 보전입니다. 상대방의 예금·부동산이나 공사한 건물에 가압류를 해 두어 재산이 빠져나가지 못하게 막습니다. 공사한 건물을 아직 점유하고 있다면, 대금을 받을 때까지 그 건물을 내주지 않는 유치권을 주장할 수도 있습니다(민법 제320조). 부동산 공사라면 그 부동산에 저당권을 설정해 달라고 청구하는 길도 있습니다(민법 제666조). 어느 수단이 맞는지는 사안마다 다르고, 상세한 요건은 건설 카테고리의 유치권 FAQ에서 따로 다뤘습니다. 그다음이 본안입니다. 금액과 상대가 분명하고 다툼이 적으면 지급명령으로 비교적 빠르게 갈 수 있고, 상대가 하자나 기성고로 맞서면 공사대금 청구 소송으로 갑니다(청주에서는 청주지방법원이 관할입니다). 만약 내가 원청이 아니라 하도급을 받은 처지에서 원청이 대금을 주지 않는 경우라면, 발주자에게 대금을 직접 청구하는 별도의 길이 있는데, 이는 하도급 직접지급 FAQ에서 자세히 정리했습니다.5. 실전의 승패를 가르는 세 지점
법조문과 계산식은 다른 FAQ에 정리되어 있지만, 실제 재판의 승패는 대개 다음 세 지점에서 갈립니다. 첫째, 계약 내용의 입증입니다. 얼마에 어디까지 하기로 했는지를 증명하지 못하면, 일한 사실이 있어도 대금을 온전히 받기 어렵습니다. 서면이 부실할수록 카카오톡 대화, 현장 사진, 통화 녹음, 세금계산서, 계좌 입출금 내역을 시간순으로 엮어 계약을 재구성합니다. 지루한 작업이지만, 이 지루한 작업이 판결문의 숫자를 만듭니다. 둘째, 기성고 감정입니다. 공사가 중단된 사건에서는 감정인이 산정하는 기성고 비율에 따라 대금이 수천만 원 단위로 움직입니다. 감정은 한 번 나오면 뒤집기가 어렵기 때문에, 감정 전에 유리한 자료를 빠짐없이 제출하고 감정 결과를 꼼꼼히 검토해 필요하면 다투는 것이 변호사의 일입니다. 셋째, 추가·변경 공사의 입증입니다. 현장에서 "이것도 해 달라"는 말에 따라 진행한 추가 공사는, 나중에 발주처가 "그런 지시를 한 적 없다"고 하면 받기가 대단히 어려워집니다. 지시가 있었다는 사실, 그 대금에 관한 합의, 실제로 시공했다는 사실을 각각 증거로 남겨 두어야 합니다.6. 21년차의 당부 — 판결문보다 회수입니다
마지막으로, 공사대금 사건을 오래 다뤄 본 사람으로서 꼭 드리는 말씀이 있습니다. 이 분야에서는 이기고도 한 푼도 못 받는 경우가 있습니다. 판결문은 종이일 뿐이고, 상대에게 재산이 없으면 집행할 대상이 없기 때문입니다. 그래서 저는 소송의 승패만큼이나, 아니 그보다 먼저 "받을 수 있는 상대인가", "지금 묶어 둘 재산이 있는가"를 봅니다. 초기에 가압류로 재산을 붙들어 두는 한 걸음이 판결보다 값진 경우가 많습니다. 또 하나, 건설은 바닥이 좁습니다. 원청이나 발주처와는 다음 현장에서 또 만나야 하는 관계라, 소송이 다음 일감을 끊지 않을까 망설이는 분이 많습니다. 그 고민은 충분히 이해하지만, 한 번 떼이고 참으면 그 관행이 반복된다는 것도 21년간 지켜본 사실입니다. 어느 쪽이든 사건마다 사실관계가 달라 결과를 미리 장담할 수는 없습니다. 다만 한 가지는 분명합니다 — 공사대금을 지키는 것은 목소리의 크기가 아니라 기록의 두께이고, 소멸시효와 보전이라는 시간 싸움에서는 하루라도 빠른 쪽이 유리합니다.관련 법령 · 민법 제664조(도급의 의의) / 제163조 제3호(3년의 단기소멸시효 — 공사에 관한 채권) / 제320조(유치권의 내용) — 유치권·저당권설정청구·하도급 직접지급 등 회수 수단의 상세는 건설 카테고리의 별도 FAQ 참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