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건의 경과
1. 서면 한 장 없이 1억 1,700만 원어치를 시공했습니다
의뢰인은 청주에서 실내건축공사업을 하는 전문건설업체 대표입니다. 직원 넷을 두고 20년 가까이 일해 온 분이고, 이 사건은 청주 시내 4층 근린생활시설 리모델링 공사였습니다. 계약금액 3억 8,000만 원(부가가치세 별도), 공사기간 넉 달이었습니다. 공사가 시작되고 한 달쯤 지나 건축주의 요구가 시작됐습니다. 1·2층에 들어올 임차인이 원한다며 바닥을 데코타일에서 포세린타일로 바꿔달라고 했고, 3층은 칸막이 배치를 통째로 다시 잡아달라고 했습니다. 외부 창호도 단열등급을 한 단계 올려달라고 했습니다. 의뢰인은 그때마다 "그러면 비용이 올라간다"고 말했고 건축주는 "준공하고 정산해주겠다"고 답했습니다. 전부 말로만 오갔고 변경계약서는 한 장도 쓰지 않았습니다. 준공하고 나자 건축주의 말이 달라졌습니다. 3억 8,000만 원이 총액이고 추가공사를 합의한 적이 없다는 것이었습니다. 거기에 마감에 하자가 있다며 남은 잔금 6,000만 원도 주지 않았습니다. 추가공사 실비가 1억 1,700만 원이었으니 받지 못한 돈이 1억 7,700만 원이었습니다. 의뢰인이 사무실에 오셔서 하신 첫마디가 기억납니다. "서류가 없으니 못 받는 거 아니냐"고 하셨습니다.2. 승부처는 「합의가 있었느냐」가 아니었습니다
이런 사건에서 도급인이 "추가공사를 합의한 적 없다"고 말할 때, 실제로 다투는 것은 사실이 아니라 금액인 경우가 대부분입니다. 정말로 지시한 적이 없다면 애초에 그 공사가 진행될 수 없기 때문입니다. 그래서 첫 상담에서 확인한 것은 서류의 유무가 아니라 변경 요구가 오간 통로가 무엇이었는가였습니다. 답은 카카오톡이었습니다. 처음 견적을 주고받을 때부터 준공 후 정산 이야기가 오갈 때까지, 두 사람 사이의 연락은 전부 대화방 하나에 쌓여 있었습니다. 거기에 건축주가 타일 샘플 사진을 보내며 "이걸로 해주세요"라고 한 메시지, 칸막이 도면을 다시 그려 보낸 이미지, 그리고 "정산은 준공하고 한꺼번에 합시다"라는 문장이 그대로 남아 있었습니다. 법이 요구하는 것은 서면이 아닙니다. 도급은 당사자의 합의만으로 효력이 생기고(민법 제664조), 당초 계약에 없던 추가공사의 대금을 청구하려면 그에 관한 별도의 합의가 있어야 하지만 그 합의가 반드시 서면이어야 하는 것은 아닙니다. 도급인의 지시와 승인, 공사가 이루어진 경위, 비용 부담에 관한 당사자의 태도를 종합해 묵시적 합의를 인정할 수 있습니다. 문제는 그것을 어떻게 증명하느냐이고, 이 사건에서는 증거가 이미 의뢰인의 휴대전화 안에 있었습니다. 승부처를 세 가지로 잡았습니다. 첫째, 추가공사를 통으로 주장하지 않는다. 1억 1,700만 원을 한 덩어리로 청구하면 상대방도 한 덩어리로 부인합니다. 바닥 마감재·칸막이 변경·창호 단열등급 상향을 각각 별개의 청구로 쪼개고, 공종마다 그 시점의 대화와 자재 발주서와 현장 사진을 따로 붙였습니다. 하나가 깨져도 나머지가 남습니다. 둘째, 하자 주장은 먼저 협상 카드일 가능성을 본다. 잔금 단계에서 갑자기 등장하는 하자 주장은 지급을 늦추려는 목적인 경우가 많습니다. 다만 이 사건에는 실제 하자도 일부 섞여 있었습니다. 그래서 하자가 없다고 다투는 대신 감정을 신청해 금액을 확정시키는 쪽을 택했습니다. 하자보수에 갈음한 손해배상채권은 공사대금채권과 동시이행 관계에 있으므로(민법 제667조 제3항, 제536조), 어차피 액수가 정해져야 정산이 끝나기 때문입니다. 셋째, 판결보다 회수를 먼저 계산한다. 준공 직후는 건축주가 담보대출을 실행하는 시기입니다. 근저당이 먼저 잡히고 나면 이겨도 배당에서 밀립니다.3. 소장을 쓰기 전에 가압류부터 했습니다
이 사건의 결과를 만든 것은 소송 기술이 아니라 순서였습니다. 1. 상담 당일 카카오톡 대화방을 통째로 백업받았습니다. 유리한 대목만 골라 캡처해 제출하면 상대방이 "앞뒤를 잘랐다"고 다투기 때문에, 원본 전체를 먼저 확보한 다음 그중 쟁점 부분만 시간순 표로 다시 정리하는 것이 순서입니다. 견적 단계부터 준공 후 정산 요구까지 여덟 달치를 훑어 변경 지시와 정산 약속이 나오는 대목을 뽑으니 40건이 넘었습니다. 2. 소 제기 전에 해당 건물을 가압류했습니다(민사집행법 제276조). 청구금액 1억 7,700만 원으로 신청했고, 등기부에 아직 근저당이 없는 상태에서 기입됐습니다. 3. 소장을 공종별로 구성했습니다. 청구원인을 셋으로 나누고 각각에 증거를 대응시켰습니다. 4. 건축주가 하자와 지체상금을 들고나왔습니다. 지체상금은 공기가 늘어난 원인이 건축주 자신의 변경 요구였다는 점을 대화 날짜로 반박했습니다. 하자는 감정을 신청했고 보수비 약 1,900만 원이 인정됐습니다. 가압류는 소송을 이기게 해주지 않습니다. 그러나 이긴 뒤에 돈이 남아 있게 해줍니다.4. 결과 — 그리고 받지 못한 부분
청구한 1억 7,700만 원 중 1억 4,800만 원이 인용됐습니다. 건축주가 항소하지 않아 그대로 확정됐고, 가압류가 걸려 있던 덕분에 확정 두 달 만에 전액을 회수했습니다. 받지 못한 부분도 적어 둡니다. ·하자보수비 1,900만 원 — 감정 결과가 인정되어 공사대금에서 공제됐습니다. ·추가공사 중 약 1,000만 원 — 기각됐습니다. 현장에서 구두로만 오간 소소한 변경이라 대화에도 발주서에도 흔적이 없었습니다. 증거가 있는 부분과 없는 부분이 이렇게 갈립니다. 전부를 받아내지는 못했습니다. 다만 처음에 "서류가 없어 못 받는다"고 생각하셨던 돈의 84%가 실제로 계좌에 들어왔습니다.5. 조성욱 변호사의 관점 — 못 받은 돈에 세금까지 이미 냈습니다
이 사건에서 의뢰인이 가장 억울해한 것은 사실 공사대금 자체가 아니었습니다. 의뢰인은 준공 시점에 이미 세금계산서를 발행한 상태였습니다. 대금은 한 푼도 못 받았는데 그 대금에 붙는 부가가치세는 이미 납부한 것입니다. 건설업에서 대금 회수가 늦어질 때 늘 따라오는 이중고입니다. 부가가치세법은 이런 경우를 위해 대손세액공제를 두고 있습니다(제45조). 매출채권이 거래처의 파산·강제집행 등으로 회수할 수 없게 되면 대손금액의 110분의 10을 대손이 확정된 과세기간의 매출세액에서 뺄 수 있습니다. 다만 뒤에 그 돈을 회수하면 회수한 과세기간의 매출세액에 다시 더해야 합니다. 이 사건은 회수에 성공해 공제를 쓸 일이 없어졌지만, 회수가 어려워 보이는 사건이라면 소송 전략과 세무 처리를 함께 설계해야 합니다. 이기는 데만 집중하다 공제 시기를 놓치면, 받지도 못한 돈에 낸 세금을 돌려받을 기회까지 놓칩니다. 저는 변호사와 함께 세무사·변리사 자격을 갖고 있어 이 부분을 한자리에서 같이 봅니다. 공사대금 사건에서 세금은 부수적인 문제가 아니라 실제 손익을 가르는 축입니다.6. 같은 일을 겪고 계시다면
변경계약서를 쓰는 것이 정답입니다. 그러나 현장에서 그게 잘 안 된다는 것을 21년 동안 봐왔습니다. 그래서 현실적인 말씀을 드립니다. ·최소한 문자나 메신저로 남기십시오. "이거 추가로 해주세요" — "네, 추가금 얼마 나옵니다" 이 두 마디면 충분합니다. 통화로 끝내지 마십시오. ·도급인이 자재를 직접 고르면 그 화면을 캡처해 두십시오. 이 사건에서 가장 강했던 증거가 건축주가 보낸 타일 샘플 사진이었습니다. ·준공 전에 상담받으십시오. 준공하고 인도까지 마치면 유치권도 어렵고 가압류도 늦습니다. 돈 얘기가 어긋나기 시작하는 순간이 상담 시점입니다. 공사대금 사건의 목표는 판결문이 아니라 회수입니다. 소송을 시작하기 전에 상대방에게 무엇이 남아 있는지부터 확인하시기 바랍니다. 소송의 전체 흐름이 궁금하시면 공사대금 청구 소송이 실제로 어떻게 진행되는지 정리한 글을, 건설 분쟁 전반은 청주 건설 분쟁 안내를 함께 보시면 도움이 됩니다.관련 법령 · 민법 제664조(도급의 의의) / 제665조(보수의 지급시기) / 제667조(수급인의 담보책임) / 제536조(동시이행의 항변권) / 제398조(배상액의 예정) · 민사집행법 제276조(가압류의 목적) · 부가가치세법 제45조(대손세액의 공제특례)
실제 수행한 사건을 바탕으로 작성했습니다. 의뢰인 보호를 위해 당사자·사건번호 등 사건을 특정할 수 있는 정보는 싣지 않았고 일부 사정은 조정했습니다. 개별 사건의 결과는 사실관계와 증거에 따라 달라집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