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세 답변
1. 봉투를 열고 가장 먼저 하실 일
법원 봉투를 받고 전화를 주시는 분들은 대개 두 반응 가운데 하나입니다. 억울해서 당장 어떻게 반박할지부터 말씀하시거나, 겁이 나서 며칠을 그대로 두십니다. 두 번째가 훨씬 위험합니다. 소장 부본을 받았고 청구를 다툴 생각이라면 받은 날부터 30일 안에 답변서를 제출해야 합니다(민사소송법 제256조 제1항). 이 기간을 넘기면 법원은 청구원인이 된 사실을 자백한 것으로 보고 변론 없이 판결할 수 있습니다(제257조 제1항). 할 말이 있어도 재판에서 말할 기회 자체가 없어지는 것입니다. 소장을 보낼 때 법원이 이 취지를 함께 알려 주지만(제256조 제2항), 안내문을 읽지 못하고 넘기는 분이 적지 않습니다. 그러니 순서는 이렇습니다. ① 받은 날을 적어 둔다 → ② 소장을 끝까지 읽는다 → ③ 다툴 지점을 추린다 → ④ 답변서를 낸다. 아래는 ③에서 무엇을 보아야 하는지입니다. 하나 먼저 말씀드립니다. 이 글은 책임을 피해 가는 요령을 적은 것이 아닙니다. 사실관계를 정확하게 가리자는 것이고, 인정할 것은 인정하고 다툴 것만 다투는 편이 결과도 낫습니다. 다투지 않아도 될 것까지 전부 부인하면 법원의 신뢰를 잃고, 그 손해는 금액으로 돌아옵니다.2. 무엇을 청구하는 소송인지부터 읽습니다
같은 「상간자 소송」이라도 청구원인이 두 갈래입니다. 이혼을 원인으로 하는 위자료와 이혼과 무관하게 개별 부정행위 자체에 대한 위자료는 서로 다른 청구이고, 시효의 기산점도 사건을 맡는 법원도 다릅니다(대법원 2026. 1. 29. 선고 2025므10716 판결). 소장 「청구원인」란이 어느 쪽으로 쓰여 있는지에 따라 아래 ③·④의 쓸모가 달라집니다. 두 갈래의 차이와 관할·시효는 상간자 소송은 언제까지 할 수 있고 어느 법원에 내야 하나요에서 자세히 다루었습니다.3. 다툴 자리 ① — 시효가 지나지 않았는지
실무에서 가장 먼저 보는 자리입니다. 시효가 완성되었다면 나머지를 따질 것 없이 청구가 기각되기 때문입니다. 불법행위로 인한 손해배상청구권은 손해와 가해자를 안 날부터 3년, 불법행위를 한 날부터 10년이 지나면 소멸합니다(민법 제766조). 「안 날」은 피해자가 손해의 발생과 가해행위를 현실적이고 구체적으로 인식한 날을 말하고, 막연한 의심이나 추측만으로는 부족합니다. 반대로 상대 배우자가 오래전에 이미 알고 추궁까지 했다면 그 시점이 기산점이 될 수 있습니다. 만남이 오랜 기간 이어졌다면 전체를 한 덩어리로 보지 말고 시기를 나누어 볼 여지도 있습니다. 날짜를 세어 보실 때는 소멸시효 계산기에 기산일을 넣어 보시면 완성일이 바로 나옵니다.4. 다툴 자리 ② — 그때 이미 끝난 부부였는지
대법원 전원합의체는, 부부가 장기간 별거하는 등으로 실질적으로 부부공동생활이 파탄되어 객관적으로 회복할 수 없는 정도에 이르렀다면, 그 뒤에 제3자가 부부 일방과 성적인 행위를 하더라도 불법행위가 성립한다고 보기 어렵다고 했습니다. 아직 이혼하지 않았어도, 이혼소송이 진행 중이든 아니든 마찬가지입니다(대법원 2014. 11. 20. 선고 2011므2997 전원합의체 판결). 여기에 2023년 대법원이 한 걸음을 더했습니다. 제3자가 그 파탄의 원인을 제공한 경우라 하더라도, 문제 된 행위가 이미 부부공동생활이 실질적으로 파탄되어 회복할 수 없는 상태에서 이루어졌다면 달리 볼 수 없다는 것입니다(대법원 2023. 12. 21. 선고 2023다265731 판결). 다만 파탄이었다는 점은 다투는 쪽이 보여야 합니다. 별거 시작 시점, 생활비가 끊긴 때, 각자 따로 살림을 꾸린 정황, 이미 이혼 이야기가 오갔다는 사정 같은 것이 자료가 됩니다. 「사이가 나빴다」는 말만으로는 부족합니다.5. 다툴 자리 ③ — 배우자가 있는 줄 알았는지
상간자의 책임은 상대에게 배우자가 있음을 알았거나 알 수 있었을 때 문제 됩니다. 여기서 오래된 대법원 판결 하나가 지금도 실무에서 쓰입니다. 대법원은 "통상 남녀간에 정교를 함에 있어서 상대방이 배우자 있는 자인가를 확인하여야 할 주의의무가 있다고는 할 수 없"으므로, 그때 배우자가 있는지 확인해 보지 않았다는 이유만으로 과실로 인한 불법행위가 성립한다고는 볼 수 없다고 했습니다(대법원 1987. 8. 18. 선고 87므19 판결). 그 사건에서는 상대방이 「처와 정식으로 이혼했다」고 말해 이를 믿었고, 2년 가까이 지나 다른 사람에게서 듣고 호적을 확인하고서야 알게 되자 곧바로 관계를 끊은 사정이 인정되었습니다. 그러나 「몰랐다」고 말하는 것만으로 되지는 않습니다. 법원은 여러 정황을 모아 판단하고, 실무에서 인지가 인정되는 쪽으로 기우는 표지는 대체로 이런 것들입니다.| 보는 자리 | 어떤 사정이 문제 되나 |
|---|---|
| 메신저·SNS 대화 | 배우자를 가리키는 말, 들킬까 걱정한 대화가 남아 있는 경우 |
| 만남의 경위 | 기혼자인 것이 전제된 모임이나 채팅방에서 알게 된 경우 |
| 기간과 반복성 | 오래 이어졌는데 끝내 몰랐다는 주장은 받아들여지기 어렵습니다 |
| 상대의 생활 정황 | 나이·주거·가족 이야기 등으로 짐작할 수 있었던 사정 |
| 알게 된 뒤의 행동 | 알고 난 뒤 곧바로 끊었는지, 그대로 이어 갔는지 |
6. 다툴 자리 ④ — 부부 사이의 책임이 대등하게 정리됐는지
상대 배우자가 이혼을 원인으로 한 위자료를 청구하는 경우에 쓸 수 있는 자리입니다. 부부 사이의 이혼 사건에서 법원이 혼인 파탄의 책임이 쌍방 대등하다고 보아 위자료 청구를 기각했다면, 부정행위를 한 배우자에게 파탄에 대한 손해배상의무가 처음부터 성립하지 않고, 그러면 가공한 제3자에게도 이혼을 원인으로 하는 책임이 인정되지 않습니다(대법원 2024. 6. 27. 선고 2023므16678 판결). 그래서 부부 사이의 이혼판결을 먼저 확보하는 것이 중요합니다. 그 판결이 파탄 책임을 어떻게 판단했는지가 이 자리의 전부입니다. 자세한 구조는 배우자에게도 잘못이 있었다면, 상간자에게 위자료를 받을 수 있나요?에 적었습니다. ⚠️ 다만 이 법리는 선행 판단이 있어야 씁니다. 상대가 배우자를 상대로는 아무것도 하지 않고 상간자만 걸어 온 사건에서는 그대로 꺼내 쓰기 어렵습니다.7. 책임이 인정되더라도 금액은 따로 다툽니다
위 네 자리가 모두 막혀도 끝이 아닙니다. 얼마인가는 별개의 싸움이고, 여기서 줄어드는 폭이 작지 않습니다. 가장 큰 자리는 배우자가 이미 준 돈입니다. 부정행위를 한 배우자와 상간자의 책임은 공동불법행위로서 부진정연대 관계여서, 배우자가 손해배상금을 지급하면 그 변제의 효과는 상간자에게도 미칩니다. 그리고 이혼 과정에서 위자료·재산분할·양육비가 섞여 지급되어 그중 위자료를 특정하기 어려운 경우에도, 법원은 배우자가 위자료의 일부로 돈을 준 사정을 상간자의 위자료 액수를 정할 때 참작할 수 있습니다(대법원 2024. 6. 27. 선고 2023므12782 판결). 그 사건에서 배우자가 조정으로 3,000만 원을 지급했고, 법원은 이를 참작해 상간자의 위자료를 2,000만 원으로 정했습니다. 그 밖에 금액을 가르는 것은 행위의 내용과 정도, 기간과 횟수, 혼인 기간과 자녀 유무 같은 사정입니다. 한 번에 그친 경우와 수년간 이어진 경우는 크게 다릅니다. 판결까지 갈지 합의할지를 견주실 때는 지면 상대의 변호사보수까지 물게 된다는 점도 계산에 넣으셔야 합니다. 소송비용·변호사비용 계산기로 미리 가늠해 보실 수 있습니다. 조성욱 변호사의 관점 21년 동안 이런 사건에서 결과를 가장 많이 망치는 것은 법리가 아니라 초기의 두 가지 행동이었습니다. 하나는 답변서를 늦추는 것입니다. 억울할수록 무슨 말을 어떻게 쓸지 고민하다가 30일을 넘기시는데, 그사이 사건이 변론 없이 끝나 버리면 되돌리기가 훨씬 어렵습니다. 다툴 생각이 있다면 형식을 갖춰 기한 안에 내고 내용은 뒤에 보태는 편이 낫습니다. 다른 하나는 상대 부부에게 직접 연락해 해명하거나 사과하는 것입니다. 그 대화가 그대로 증거가 되어 돌아오는 경우를 여러 번 보았습니다. 사과의 뜻이 있더라도 그것을 전하는 방법과 시점은 따로 정해야 합니다. 그리고 하나 더 말씀드리면, 이 사건은 상대 부부의 이혼 사건과 떼어 놓고 볼 수 없습니다. 그쪽이 어떻게 진행되고 있는지, 이미 끝났다면 무엇을 판단했는지를 아는 것이 여기서 쓸 수 있는 카드를 정합니다.8. 마무리
정리하면 이렇습니다. 첫째, 다툴 생각이면 소장 부본을 받은 날부터 30일 안에 답변서를 내야 하고, 내지 않으면 변론 없이 판결이 날 수 있습니다. 둘째, 소장이 이혼을 원인으로 한 청구인지 개별 부정행위에 대한 청구인지부터 읽으십시오. 셋째, 시효가 지났는지를 가장 먼저 봅니다. 넷째, 그 관계가 시작될 때 부부가 이미 회복할 수 없이 파탄된 상태였다면 불법행위가 성립하지 않고, 그 파탄의 원인을 제공한 제3자라도 마찬가지입니다. 다섯째, 배우자가 있는지 확인할 주의의무까지 인정되지는 않지만, 알았다고 볼 정황이 쌓이면 다투기 어렵고 특히 알게 된 뒤의 기간은 따로 평가됩니다. 여섯째, 부부 사이에서 파탄 책임이 대등하게 정리되었다면 이혼을 원인으로 한 청구는 상간자에게도 성립하지 않습니다. 일곱째, 책임이 인정되더라도 배우자가 이미 준 돈과 행위의 정도·기간으로 금액을 다툴 수 있습니다. 법률사무소 信은 청주에서 21년째 민·형사 사건을 맡아 왔고, 이혼과 그에 이어지는 위자료 사건을 청구하는 쪽과 청구받는 쪽 모두에서 수행해 왔습니다. 소장을 받으셨다면 답변서 기한부터 확인하시고, 상대 부부의 이혼 사건이 어떻게 되어 있는지와 함께 사건 기록을 놓고 짚어 보시는 편이 낫습니다. ☎ 043-291-5555관련 법령 · 민법 제750조(불법행위의 내용), 제751조(재산 이외의 손해의 배상), 제760조(공동불법행위자의 책임), 제766조(손해배상청구권의 소멸시효), 제826조(부부간의 의무), 제840조(재판상 이혼원인) / 민사소송법 제256조(답변서의 제출의무), 제257조(변론 없이 하는 판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