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입해서 파는 분들이 가장 먼저 하시는 말씀이 있습니다. "저는 만든 사람이 아닙니다. 도매시장에서 떼어 와서 팔았을 뿐입니다." 심정으로는 당연한 항변인데, 상표법은 그 지점을 다르게 봅니다.
1. 「만들지 않았다」는 답이 되지 않습니다
상표법은 「상표의 사용」을 넓게 정의합니다. 상품에 상표를 붙이는 행위만이 아니라
상표가 붙은 상품을 넘기거나 팔거나, 그럴 목적으로 진열하거나, 전기통신회선으로 제공하는 행위가 모두 들어갑니다(제2조 제1항 제11호 나목). 스마트스토어나 오픈마켓에 상품을 올린 것도 여기 해당합니다.
더 나아가
아직 한 개도 팔지 않았더라도 팔거나 넘기려고 갖고 있으면 그 자체를 침해로 봅니다(제108조 제1항 제4호). 경고장을 받고 판매를 내린 뒤 "이제 안 팔았으니 끝난 것 아니냐"고 생각하시는 경우가 있는데, 창고에 재고가 남아 있다면 그 상태가 아직 침해에 해당합니다.
| 실제로 한 일 | 상표법에서는 | 근거 |
|---|
| 상품에 직접 상표를 붙였다 | 상표의 사용 | 제2조 제1항 제11호 가목 |
| 떼어 온 상품을 팔거나 넘겼다 | 상표의 사용 | 같은 호 나목 |
| 온라인몰에 올려 두었다 | 상표의 사용 | 같은 호 나목 |
| 아직 안 팔고 창고에 두었다 | 침해로 본다 | 제108조 제1항 제4호 |
| 광고·가격표에 상표를 적었다 | 상표의 사용 | 같은 호 라목 |
2. 「몰랐다」가 통하는 자리와 통하지 않는 자리
여기가 갈림길입니다. 상대가 무엇을 요구하느냐에 따라 「몰랐다」의 힘이 완전히 달라집니다.
판매 중지와 폐기를 요구할 때는 고의도 과실도 따지지 않습니다. 상표법 제107조는 침해한 자 또는 침해할 우려가 있는 자에게 금지와 예방을 청구할 수 있고, 침해를 이룬 물건의 폐기까지 청구할 수 있다고만 정합니다. 몰랐다는 사정은 이 청구를 막지 못합니다.
손해배상은 과실이 필요합니다. 그런데 상표법 제112조가 길을 좁혀 둡니다. 상품에 「등록상표」라는 표시가 되어 있었다면 침해한 사람은
그 상표가 이미 등록된 사실을 알았던 것으로 추정합니다. 다만 그 표시는 상표권자가
할 수 있다고만 되어 있어서(제222조) 표시가 없는 상품도 많습니다. 표시가 없으면 이 추정은 작동하지 않지만, 그렇다고 안심할 일은 아닙니다. 장사를 업으로 하는 사람에게는
매입처와 물건을 확인할 주의가 요구되고, 시세보다 현저히 싼 매입가나 정품이라면 당연히 있어야 할 보증서·거래서류의 부재는 과실을 인정하는 사정으로 쓰입니다.
형사처벌에는 고의가 있어야 합니다. 상표권 침해죄는 7년 이하의 징역 또는 1억원 이하의 벌금인데(제230조), 가품인 줄 정말 몰랐다면 고의가 없어 처벌을 면할 수 있습니다. 실무에서 이 다툼의 승패는
매입 단가와 매입 경로의 서류에서 갈립니다.
| 상대가 요구하는 것 | 고의·과실이 필요한가 | 「몰랐다」가 통하나 |
|---|
| 판매 중지 · 재고 폐기 | 필요 없음 | 통하지 않음 |
| 손해배상 | 과실 필요 | 「등록상표」 표시가 있었다면 사실상 어려움 |
| 형사처벌 | 고의 필요 | 다툴 수 있음 |
3. 경고장을 받은 날 해야 할 네 가지
첫째, 판매를 먼저 멈춥니다. 다투더라도 판매는 멈추는 편이 낫습니다. 경고장을 받은 뒤의 판매분은 "알고도 계속 팔았다"는 근거가 되어 손해액과 고의 판단 양쪽에서 불리하게 작용합니다.
둘째, 재고를 버리지 마십시오. 폐기 요구를 받았다고 서둘러 버리면 나중에 "그 물건이 정말 가품이었는지", "몇 개였는지"를 증명할 길이 사라집니다. 수량을 세어 사진으로 남기고 그대로 보관하십시오.
셋째, 매입 경로 서류를 모읍니다. 거래명세서, 세금계산서, 입금 내역, 도매상과 주고받은 메시지. 이 서류들이 형사 고의를 다투는 근거이자 도매상에 물어내는 근거입니다.
넷째, 상대의 권리가 정말 유효한지부터 확인합니다. 경고장이 왔다는 것과 그 권리가 유효하다는 것은 다른 이야기입니다. 등록 자체를 무효로 돌려 청구를 전부 막은 사건도 있습니다(
디자인등록을 무효로 돌려 라벨 폐기와 3,000만 원 청구를 전부 막은 사건). 분쟁이 심판과 소송 두 갈래로 나뉘어 진행되는 구조는
상표·특허 분쟁이 소송까지 가면 어떻게 진행되는지에 정리해 두었습니다.
4. 얼마를 물어내게 되나
상표권자는 세 가지 방법 중에 고를 수 있습니다. 침해로
얻은 이익을 손해액으로 추정받거나(제110조 제3항), 상표 사용에 대해 받을 수 있었던 금액을 청구하거나, 아예 손해액을 따지지 않고
법정손해배상을 택하는 길입니다. 법정손해배상은 1억원 이하, 고의가 인정되면 3억원 이하의 범위에서 법원이 정합니다(제111조).
경고장에 적힌 금액에 놀라시는 분이 많은데, 실제 인정액은
판 수량과 남긴 이익에서 출발합니다. 매출이 크지 않았다면 배상액도 그에 따릅니다. 다만 재고 폐기, 판매 중단으로 인한 손실, 플랫폼 계정 제재는 배상액과 별개로 따라오는 부담입니다.
5. 떼어 온 곳에 물어낼 수 있나 — 기한이 짧습니다
가품을 넘긴 도매상에게 책임을 묻는 길은 있습니다. 매매 목적물에 하자가 있으면 매수인은 계약을 해제하거나 손해배상을 청구할 수 있고(민법 제580조), 그 권리는
사실을 안 날부터 6개월 안에 행사해야 합니다(제582조).
문제는
사업자끼리의 거래라면 훨씬 엄격한 규정이 먼저 적용된다는 점입니다. 상법 제69조는 상인 간의 매매에서 매수인이 물건을 받으면
지체 없이 검사하고, 하자를 발견하면
즉시 통지하지 않으면 계약해제·대금감액·손해배상을 청구하지 못한다고 정합니다. 바로 발견할 수 없는 하자라도
6개월 안에 발견했을 때 즉시 통지해야 합니다.
| 상대 | 근거 | 기한 |
|---|
| 도매상(상인) | 상법 제69조 제1항 | 받으면 지체 없이 검사 · 발견 즉시 통지 · 숨은 하자도 6개월 안 |
| 도매상(상인이 아닌 경우) | 민법 제580조·제582조 | 안 날부터 6개월 |
| 도매상이 가품인 줄 알고 넘겼을 때 | 상법 제69조 제2항 | 위 제한이 적용되지 않음 |
실무에서 이 조항이 뼈아픈 이유는, 경고장은 보통
판매를 시작하고 몇 달이 지난 뒤에 날아오기 때문입니다. 그때는 이미 통지 기한을 넘긴 경우가 적지 않습니다. 다만 도매상이 가품인 사정을 알면서 넘겼다면 이 제한은 걸리지 않습니다(같은 조 제2항). 그래서
매입 당시의 대화와 단가가 다시 중요해집니다. 도매상에 보내는 통지는 도달 사실을 남겨야 하므로
내용증명 작성 AI로 초안을 잡아 두시면 시간을 아낄 수 있습니다.
6. 정품을 들여와 판 경우는 다른 문제입니다
해외에서 정품을 사들여 국내에서 파는 이른바 병행수입은, 상표의 출처표시 기능과 품질보증 기능을 해치지 않는 범위에서는 침해로 보지 않는다는 것이 확립된 실무입니다. 다만 국내 독점수입권자와의 계약 문제, 포장을 다시 하거나 상표를 덧붙였는지, 광고에서 공식 수입처인 것처럼 표시했는지에 따라 결론이 달라집니다.
"정품이니 괜찮다"로 끝나는 영역이 아니라 별도로 따져야 하는 영역입니다. 이 글은 가품 또는 상표가 무단으로 붙은 상품을 떼어다 판 경우를 다룹니다.
7. 조성욱 변호사의 관점 — 서류가 없으면 몰랐다는 말을 증명할 수 없습니다
21년간 상표 분쟁을 다루며 보면, 떼어다 판 분들이 지는 자리는 법리가 아니라
서류입니다. 말로는 "정상 도매처에서 샀다"고 하시는데 막상 받아 보면 현금으로 거래해 세금계산서가 없고, 메신저 대화는 지워졌고, 매입 단가만 시중가의 몇 분의 일로 남아 있습니다. 그 상태에서는 고의가 없었다는 주장이 설 자리가 없습니다.
반대로 거래명세서와 입금 내역이 갖춰져 있고 매입가가 정상 범위이며 도매상이 정품이라고 말한 대화가 남아 있으면, 형사에서는 고의를 다툴 수 있고 민사에서는 도매상에게 책임을 돌릴 수 있습니다. 같은 사건인데 결과가 갈리는 이유가 여기 있습니다.
하나 더 말씀드리면,
상표 분쟁은 사실관계보다 권리의 유효성에서 결판나는 경우가 생각보다 많습니다. 경고장이 오면 "우리 물건이 비슷한가"부터 따지게 되는데, 그 전에 상대의 등록이 유효한지, 지정상품이 내 상품과 겹치는지, 3년 넘게 쓰지 않은 상표는 아닌지를 보는 편이 빠르고 저렴하게 끝나는 길일 때가 있습니다. 브랜드를 선점당한 반대 상황에 대해서는
키운 브랜드를 다른 사람이 먼저 등록했을 때의 대응에 정리해 두었습니다.
8. 법률사무소 信의 대응
첫째, 경고장을 받으시면
답변 기한과 요구 항목부터 정리해 무엇이 금지청구이고 무엇이 손해배상 요구인지 나눕니다. 둘째, 상대 등록상표의 등록원부와 지정상품을 확인해
권리 자체를 다툴 여지가 있는지 먼저 봅니다. 셋째, 매입 경로 서류를 모아
형사 고의를 다툴 수 있는 사건인지 판단합니다. 넷째, 도매상에 대한 통지 기한이 남아 있는지 확인해
구상 통로를 먼저 열어 둡니다. 다섯째, 재고 처리와 판매 중단의 범위를 정해 손해가 더 커지지 않게 막습니다. 여섯째, 합의로 끝낼 사건인지 다툴 사건인지를 금액과 증거를 놓고 결정합니다. 일곱째, 같은 일이 반복되지 않도록 매입 계약서와 보증 조항을 정비합니다(
계약서 검토 AI로 기존 거래 조건을 미리 점검하실 수 있습니다).
상표권 경고장은 기한이 짧고, 대응이 늦을수록 선택지가 줄어듭니다. 청주에서 상표 분쟁을 겪고 계시다면 법률사무소 信으로 연락 주십시오. 변호사 조성욱이 직접 상담해 드립니다. 상담 전화 043-291-555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