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건의 경과
사건의 줄기를 먼저 표로 정리했습니다.
공정하게 적어 둘 것이 넷 있습니다.
·의뢰인이 받아 낸 돈은 없습니다. 이 사건에서 얻은 것은 «주지 않아도 된다»와 «계속 팔 수 있다»입니다. 상대방의 청구를 막은 것이지 의뢰인이 무언가를 청구해 받은 사건이 아닙니다.
·시간이 걸렸습니다. 소가 제기되고 대법원에서 확정되기까지 3년 반이 넘게 걸렸습니다. 무효심판을 따로 진행하는 만큼 절차가 하나 더 붙고 비용도 그만큼 듭니다. 그 사이에도 사업은 계속해야 합니다.
·상표가 거절된 것은 저희가 한 일이 아닙니다. 상대방이 출원한 상표는 심사 단계에서 거절됐고, 재출원한 것도 거절됐습니다. 저희는 그 사실을 확인해 «등록이 없으니 권리도 없다»는 점을 정리했을 뿐입니다.
·부정경쟁 주장이 기각된 이유는 «비슷하지 않아서»가 아닙니다. 상대방의 표지가 널리 알려졌다고 인정할 자료가 모자랐기 때문입니다. 상대방이 더 오래, 더 넓게 알려진 표지를 갖고 있었다면 결론이 달랐을 수 있습니다.
| 구분 | 내용 |
|---|---|
| 의뢰인 | 충북에서 막걸리를 만들어 파는 양조장 · 피고 |
| 상대방 | 같은 상품의 라벨 디자인을 등록해 둔 사람 · 원고 |
| 사건 | 병에 붙이는 포장용 라벨의 디자인과 상표를 둘러싼 분쟁 |
| 청구 | 라벨 사용 금지 · 보유 라벨 전부 폐기 · 손해배상 3,000만 원 |
| 핵심 쟁점 | 그 디자인등록이 유효한가 · 출원만 한 상표로 권리를 주장할 수 있는가 · 그 표지가 «국내에 널리 인식된» 것인가 |
| 결과 | 청구 전부 기각 · 항소 기각 · 상고 기각으로 확정 · 소송비용 전부 상대방 부담 |
1. 라벨을 쓰지 말고 전부 폐기하라는 소장을 받았습니다
의뢰인은 충북에서 양조장을 운영하며 막걸리를 만들어 팝니다. 어느 날 소장이 왔습니다. 상대방은 막걸리 병에 붙이는 포장용 라벨의 디자인을 특허청에 등록해 두고 있었고, 같은 이름의 상표도 출원해 둔 상태였습니다. 청구는 셋이었습니다. ·그 디자인이나 상표를 막걸리에 쓰지 말 것, 그것을 쓴 막걸리를 만들거나 팔지 말 것 ·그 디자인이나 상표가 들어간 라벨을 모두 폐기할 것 ·손해액의 일부로 3,000만 원을 지급할 것 근거도 셋을 겹쳐 놓았습니다. 디자인권 침해, 상표권 침해, 그리고 부정경쟁방지 및 영업비밀보호에 관한 법률 제2조 제1호 가목의 부정경쟁행위입니다. 하나만 인정돼도 라벨을 못 쓰게 되고, 이미 찍어 둔 라벨은 버려야 합니다. 술을 만들어 파는 곳에서 라벨을 못 쓴다는 것은 그 제품을 팔지 못한다는 뜻입니다.2. 승부처는 «우리 것이 다른가»가 아니라 «그 등록이 유효한가»였습니다
디자인권 침해를 주장당했을 때 방어하는 길은 크게 둘입니다. 하나는 «내 것은 그 디자인과 다르다»고 다투는 길입니다. 두 디자인이 보는 사람에게 다른 느낌을 주는지를 겨루게 되는데, 이 싸움은 결과를 가늠하기가 어렵습니다. 비슷하다고 볼 여지가 조금이라도 있으면 판단이 갈리고, 그 과정에서 두 라벨을 나란히 놓고 하나하나 비교하는 공방이 길게 이어집니다. 다른 하나는 «그 디자인등록이 애초에 무효»라고 다투는 길입니다. 디자인보호법 제121조 제3항은 디자인등록을 무효로 한다는 심결이 확정되면 그 디자인권은 처음부터 없었던 것으로 본다고 정하고 있습니다. 권리가 없던 것이 되면 비슷한지 다른지를 따질 필요조차 없어집니다. 저희가 두 번째 길을 고른 이유는 그 라벨 디자인의 내력에 있었습니다. 등록을 받으려면 출원 전에 공개되지 않은 디자인이어야 합니다. 디자인보호법 제33조 제1항은 출원 전에 국내외에서 공지되었거나 간행물에 실린 디자인, 그리고 그와 유사한 디자인은 등록받을 수 없다고 정하고, 같은 조 제2항은 그런 디자인으로부터 쉽게 창작할 수 있는 것도 등록받을 수 없다고 정합니다. 이 사건 라벨 디자인은 출원 전에 이미 나와 있던 디자인과 거의 같았습니다. 등록이 되어 있다는 사실과 그 등록이 유효하다는 사실은 다른 이야기입니다. 나머지 두 청구도 뿌리를 따로 확인해 두었습니다. 상표권은 등록이 되어야 생깁니다. 상표법 제82조 제1항은 «상표권은 설정등록에 의하여 발생한다»고 못 박고 있습니다. 상대방은 상표를 출원만 해 둔 상태였고 아직 등록을 받지 못했습니다. 출원 중인 상표로는 침해를 주장할 수 없습니다. 부정경쟁 주장은 성격이 다릅니다. 등록이 없어도 «국내에 널리 인식된» 표지라면 보호를 받기 때문에, 앞의 둘이 무너져도 이것은 남습니다. 여기서 «널리 인식된»은 단순히 쓰고 있다는 정도로는 모자라고, 계속된 사용과 광고 등으로 우월한 지위를 얻을 정도에 이르러야 합니다. 그 판단은 사용 기간과 방법, 태양, 사용량, 거래 범위 같은 사정을 놓고 객관적으로 합니다. 지역에서 만들어 파는 술의 라벨이 그 문턱을 넘었다고 볼 만한 자료가 있는지가 마지막 관문이었습니다.3. 실제로 한 일
1. 본안 소송과 별도로 특허심판원에 디자인등록 무효심판을 냈습니다. 침해 여부를 다투는 법정과 등록의 효력을 다투는 절차는 따로 굴러갑니다. 소송이 진행되는 동안 무효심판을 함께 밀고 나갔습니다. 2. 출원 전에 이미 공개돼 있던 디자인을 찾아 제출했습니다. 무효심판의 승패는 «그 디자인이 출원 전에 세상에 있었는가»를 보여 주는 자료에 달려 있습니다. 특허심판원은 이 사건 디자인이 출원 전에 공지된 디자인과 거의 동일하고 그로부터 쉽게 창작할 수 있다고 보아 등록을 무효로 하는 심결을 했고, 그 심결은 그 무렵 확정됐습니다. 3. 상표는 등록 여부부터 확인했습니다. 상대방이 출원한 상표는 심사 단계에서 거절결정을 받았습니다. 상대방은 그 뒤 같은 상표를 다시 출원했지만 그것도 거절됐습니다. 등록이 없으니 상표권도 없다는 점을 자료로 정리해 냈습니다. 4. 주지성을 정면으로 다퉜습니다. 상대방이 낸 것은 기재 자료 몇 건과 영상 하나였습니다. 그 정도로는 그 표지가 우월한 지위를 얻을 만큼 국내에 널리 알려졌다고 보기 어렵다는 점을 짚었습니다.4. 결과, 그리고 짚어 둘 것
법원은 셋을 차례로 정리했습니다. 디자인권은 무효 심결이 확정되어 처음부터 없었던 것이 되었으므로 그 권리가 있음을 전제로 한 주장은 더 볼 것 없이 이유가 없고, 상표권은 등록이 인정되지 않으므로 마찬가지이며, 부정경쟁 주장은 그 표지가 국내에 널리 인식된 것이라고 인정하기에 증거가 부족하다는 것이었습니다. 청구는 전부 기각됐고 소송비용도 상대방이 부담하게 됐습니다. 1심 판결문에 적힌 청구취지와 주문은 다음과 같습니다.청구취지
피고는, 별지1 '등록디자인의 표시' 기재 디자인 또는 별지2 '출원 상표의 표시' 기재 상표를 막걸리에 사용하거나 이를 사용한 막걸리를 제조·판매 또는 반포하여서는 아니되고, 이 사건 디자인 또는 이 사건 상표가 사용된 라벨을 모두 폐기하며, 원고에게 30,000,000원 및 이에 대하여 2014. 10. 6.부터 이 사건 소장 부본 송달일까지는 연 5%의, 그 다음날부터 2015. 9. 30.까지는 연 20%의, 그 다음날부터 다 갚는 날까지는 연 15%의 각 비율에 의한 금원을 지급하라.주문
1. 원고의 청구를 모두 기각한다.2. 소송비용은 원고가 부담한다.판결문에서 그대로 옮겼습니다. 법원·사건번호·당사자 이름은 밝히지 않습니다.
| 항목 | 청구·주장 | 판단 |
|---|---|---|
| 디자인권 침해 | 라벨 사용 금지 · 전부 폐기 | 기각 · 등록이 무효로 확정되어 권리가 처음부터 없음 |
| 상표권 침해 | 라벨 사용 금지 · 전부 폐기 | 기각 · 출원만 했을 뿐 등록이 없음 |
| 부정경쟁행위 | 손해배상 3,000만 원 | 기각 · «국내에 널리 인식된» 표지로 인정하기에 증거 부족 |
| 소송비용 | — | 전부 상대방 부담 |
| 항소심 | 원고 항소 | 기각 · 1심 이유를 그대로 인용 |
| 상고심 | 원고 상고 | 기각 · 확정 |
5. 조성욱 변호사의 관점 — 등록증이 있다는 것과 권리가 있다는 것은 다릅니다
«등록을 받았다»는 말에는 무게가 있습니다. 심사를 거쳐 나온 것이니 권리가 확정된 것처럼 들립니다. 그런데 디자인도 상표도 등록 뒤에 무효가 될 수 있고, 무효가 확정되면 그 권리는 처음부터 없었던 것이 됩니다. 침해를 주장당한 쪽이 가장 먼저 확인해야 할 것은 «내 것이 얼마나 다른가»가 아니라 «상대가 든 그 권리가 버티는 권리인가»입니다. 디자인 분야에서 이 확인이 특히 값진 이유가 있습니다. 디자인등록은 심사에서 걸러 내기 어려운 자리가 있습니다. 이미 시중에 나와 있던 모양, 업계에서 흔히 쓰던 형태가 그대로 등록되는 일이 생깁니다. 출원 전에 그 디자인이 세상에 있었다는 자료를 찾아내면 등록은 무너집니다. 그래서 이런 사건의 승패는 법정에서의 말솜씨보다 자료를 어디서 어떻게 찾아 오는가에서 갈립니다. 청구를 여러 갈래로 겹쳐 오는 것도 눈여겨볼 대목입니다. 이 사건 상대방은 디자인권, 상표권, 부정경쟁을 나란히 걸었습니다. 셋은 뿌리가 다르므로 하나를 막았다고 끝나지 않습니다. 디자인권은 등록의 효력에서, 상표권은 등록의 존재에서, 부정경쟁은 표지가 얼마나 알려졌는지에서 각각 갈립니다. 갈래마다 무너뜨려야 할 지점이 다르다는 것을 처음에 정리해 두어야 자료를 모으는 방향이 흔들리지 않습니다. 한 가지 덧붙입니다. 기관 이름이 그사이 바뀌었습니다. 예전의 특허청은 지식재산처가 되었고 상표법·디자인보호법의 «특허청장»도 «지식재산처장»으로 바뀌었습니다. 무효심판을 맡는 특허심판원과, 그 심결이나 지식재산권 소송의 항소심을 맡는 특허법원은 그대로입니다.6. 같은 일을 겪고 계시다면
침해를 주장당한 쪽이라면 ·상대가 내민 권리의 상태부터 확인하십시오. 등록번호로 등록 원부를 떼어 보면 등록이 살아 있는지, 갱신이나 연차료가 밀리지는 않았는지, 이미 무효심판이 걸려 있지는 않은지 알 수 있습니다. «출원 중»과 «등록»은 전혀 다릅니다. ·그 디자인이나 상표가 출원 전에 세상에 있었는지 찾아보십시오. 옛 제품 사진, 카탈로그, 거래 자료, 업계에서 흔히 쓰던 형태가 담긴 자료가 그대로 무기가 됩니다. 날짜를 확인할 수 있는 형태로 모아 두십시오. ·라벨이나 포장을 성급히 버리지 마십시오. 언제부터 무엇을 썼는지가 나중에 중요한 자료가 됩니다. ·여러 갈래로 청구가 들어왔다면 갈래별로 나눠 보십시오. 등록 권리와 부정경쟁 주장은 막는 방법이 다릅니다. ·직접 만든 것이 아니라 떼어다 판 것이어도 책임을 집니다. 파는 행위 자체가 상표법이 말하는 «상표의 사용»이라, 유통·판매만 한 경우에도 같은 경고장이 옵니다. 그때 무엇이 달라지는지는 떼어 온 물건을 팔다 상표권 침해 경고장을 받았을 때에 정리해 두었습니다. 권리를 가진 쪽이라면, 등록을 받아 두는 것으로 안심하지 마십시오. 출원 전에 이미 공개된 디자인이라면 그 등록은 무효로 돌아갈 수 있고, 그때는 침해를 주장해 온 쪽이 소송비용까지 떠안게 됩니다. 브랜드를 지키는 문제는 키운 브랜드를 다른 사람이 먼저 상표로 등록했을 때에 따로 정리해 두었습니다. 상표와 특허 분쟁이 소송까지 가면 실제로 어떤 순서로 진행되는지는 상표·특허 분쟁의 진행 과정에, 저작권 쪽 합의금 요구에 대한 대응은 폰트·이미지 저작권 내용증명을 받았을 때에 담아 두었습니다. 디자인·상표·특허를 비롯한 지식재산권 분쟁 전반은 청주 지식재산권 분쟁 안내에 모아 두었습니다.관련 법령 · 디자인보호법 제33조(디자인등록의 요건) / 제121조(디자인등록의 무효심판) · 상표법 제82조(상표권의 설정등록) · 부정경쟁방지 및 영업비밀보호에 관한 법률 제2조 제1호 가목
실제 수행한 사건을 바탕으로 작성했습니다. 의뢰인 보호를 위해 당사자·사건번호 등 사건을 특정할 수 있는 정보는 싣지 않았고 일부 사정은 조정했습니다. 개별 사건의 결과는 사실관계와 증거에 따라 달라집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