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건의 경과
사건의 줄기를 먼저 표로 정리했습니다.
1심이 인정한 3억 6,155만 192원에 항소심에서 820만 8,188원이 더해져 3억 6,975만 8,380원이 됐습니다. 상대방도 항소했지만 전부 기각됐고, 1·2심을 합친 소송비용의 80%를 상대방이 부담하게 됐습니다.
| 구분 | 내용 |
|---|---|
| 의뢰인 | 충북의 종합건설회사 · 시공사(수급인) · 원고 |
| 상대방 | 건물 두 동을 발주한 회사 · 도급인 · 피고 |
| 사건 | 건물 두 동을 다 지은 뒤 남은 공사대금을 둘러싼 분쟁 |
| 청구 | 미지급 공사대금 등 475,368,372원과 지연손해금 |
| 핵심 쟁점 | 이 계약이 물량으로 정산하는 계약인가 총액을 정한 계약인가 · 감정인에게 무엇을 물을 것인가 · 하자로 얼마를 공제할 것인가 |
| 결과 | 369,758,380원 인용 · 상대방 항소 전부 기각 · 소송비용 80% 상대방 부담 · 항소심에서 확정 |
1. 공사를 다 끝냈는데 «실제로 들어간 것만 주겠다»고 했습니다
의뢰인은 충북에서 종합건설업을 합니다. 2020년 가을, 한 회사로부터 건물 두 동을 지어 달라는 도급을 받았습니다. 큰 동은 세 차례 변경계약을 거쳐 24억 1,340만 원, 함께 짓는 관리동은 두 차례 변경을 거쳐 6억 6,000만 원으로 공사대금이 정해졌습니다. 두 동 모두 약속한 기간 안에 완공했습니다. 문제는 돈이었습니다. 공사가 진행되는 동안 발주자가 기성으로 지급한 돈은 20억 2,614만 원이었습니다. 두 동의 계약금액을 합치면 30억 7,340만 원이니 10억 원 넘게 남아 있었습니다. 그런데 발주자는 잔금을 주지 않았습니다. 이유로 든 것이 «계약서에 붙은 내역서의 물량이 부풀려져 있다»였습니다. 실제로 현장에 들어간 자재와 품이 내역서에 적힌 것보다 적으니, 그 차액만큼 공사대금을 깎아야 한다는 주장이었습니다. 시공사 입장에서는 당혹스러운 말입니다. 계약금액은 계약할 때 정한 것이고, 공사는 도면대로 끝났으며, 준공에 아무 이의도 없었기 때문입니다.2. 승부처는 «감정인에게 무엇을 물을 것인가»였습니다
건설 분쟁에서 공사대금의 액수가 다퉈지면 법원은 건축사나 기술사를 감정인으로 지정해 계산을 맡깁니다. 여기서 많은 분들이 놓치는 것이 있습니다. 감정인은 스스로 질문을 만들지 않습니다. 당사자가 낸 감정신청서의 질문에 답할 뿐입니다. 그래서 무엇을 묻느냐가 숫자를 정합니다. 이 사건에서 양쪽은 같은 감정인에게 서로 다른 질문을 던졌습니다. ·저희 질문: «계약 내역서의 물량이 정당함을 전제로, 계약 내역과 실제로 수행한 내역을 비교해 증감액을 산출해 달라» ·상대 질문: «계약 내역서상 부풀려진 물량을 산출해 달라» 같은 현장, 같은 감정인인데 답이 갈렸습니다. 저희 질문에 대한 답은 계약금액보다 955만 4,600원이 늘어난 24억 2,295만 4,600원이었고, 상대 질문에 대한 답은 계약금액보다 1억 946만 5,400원이 줄어든 23억 393만 4,600원이었습니다. 두 숫자의 차이가 1억 1,900만 원입니다. 그러니 다툼은 «감정이 맞느냐»가 아니라 «어느 질문이 이 계약에 맞느냐»로 좁혀집니다. 그리고 그 답은 계약서 안에 있었습니다. 공사도급계약은 대금을 정하는 방식에 따라 크게 둘로 나뉩니다. 총액계약은 목적물 전체에 대한 공사대금 총액을 정해 두는 계약이고, 단가계약은 공정이나 항목마다 단가와 수량을 근거로 대금을 정하는 계약입니다. 둘의 차이는 결정적입니다. 단가계약에서는 산출내역서가 계약문서 자체여서 실제 물량을 검측해 최종 정산을 하지만, 총액계약에서는 산출내역서가 공사비를 산정할 때 쓴 참고자료일 뿐입니다. 총액계약이라면 계약 물량과 실제 시공 물량의 차이를 정산하지 않는 것이 원칙이고, 설계변경이나 추가공사가 없는데도 물량이 적게 들어갔다는 이유로 감액을 주장할 수 없습니다. 이 사건 계약서에는 총액계약임을 가리키는 표지가 여럿이었습니다. ·두 계약 모두 전체 공사대금을 하나의 금액으로 정해 두었을 뿐, 개별 공정이나 항목의 단가와 수량을 근거로 공사대금을 산정한다는 내용이 없었습니다. ·계약에 붙은 공사원가계산서와 공종별 집계표에 수량과 단가가 적혀 있기는 했지만, 그것이 총액을 정하기 위한 참고자료인지 나중에 대금을 산정하려고 미리 정해 둔 것인지 분명하지 않았습니다. ·특약은 «추가공사 또는 변경공사가 있을 때 각각 정산한다»고 적고 있을 뿐이었습니다. 추가공사나 변경공사가 없는데도 공사 전체를 다시 정산해 대금을 확정한다는 뜻으로 읽기는 어려운 문언입니다. ·무엇보다 발주자는 기성으로 20억 원이 넘는 돈을 주면서도 개별 공정이나 항목의 수량을 실제로 검측한 적이 없었습니다. 물량으로 정산할 생각이었다면 지급할 때마다 쟀어야 합니다.3. 실제로 한 일
1. 감정신청서의 질문을 계약 해석에서 끌어냈습니다. «실제 물량이 얼마인가»가 아니라 «계약 내역서의 물량이 정당함을 전제로, 추가·변경공사로 늘어난 부분이 얼마인가»를 물었습니다. 질문이 계약의 성격을 담고 있어야 감정 결과가 그대로 판결의 숫자가 됩니다. 2. 계약서 문언을 조항 단위로 정리해 제출했습니다. 총액을 정한 방식, 특약의 «추가공사 또는 변경공사가 있을 때 정산한다»는 문언, 설계변경으로 늘어난 공사의 단가를 내역서 단가와 달리 정할 수 있게 해 둔 조항을 모았습니다. 이 조항들이 모이면 «물량을 따져 정산하는 계약이 아니다»가 됩니다. 3. 발주자가 기성을 지급하면서 검측하지 않았다는 사실을 짚었습니다. 물량으로 정산하는 계약이었다면 기성을 줄 때마다 수량을 확인했어야 하는데 그런 자료가 나오지 않았습니다. 4. 관리동도 같은 틀로 다퉜습니다. 관리동 계약의 특약은 물가가 크게 변하거나 공사기간이 늘어 단가 변경이 필요하면 협의해 조정한다는 내용이었습니다. 이는 표준도급계약 일반조건이 정한 물가변동·계약내용 변동에 따른 조정과 사실상 같은 내용이지, 공사 전체를 다시 정산하기로 한 약정이 아닙니다. 5. 공사와 별개로 넘긴 자재 대금도 함께 청구했습니다. 공사 중 발주자에게 넘긴 이형철근 52.49톤의 매각대금 5,914만 2,975원이 미정산으로 남아 있었습니다.4. 결과, 그리고 받지 못한 부분
법원은 이 계약을 «완화된 의미의 총액계약»으로 봤습니다. 공사대금이 절대적으로 고정된 계약은 아니지만, 설계변경·추가공사·계약내용 변경이 있을 때에만 대금을 조정하기로 한 계약이라는 뜻입니다. 그래서 그런 사유 없이 단순히 시공 과정에서 물량이 적게 들어갔다는 이유로는 감액을 주장할 수 없다고 판단했습니다. 상대가 내세운 거푸집 물량 785만 7,300원어치의 차이도 하자가 아니고 감액 사유도 아니라고 정리됐습니다. 하자로 인정된 것은 따로 있었습니다. 설계도면상 175mm인 외벽판넬을 155mm로 시공한 부분과, 설치하기로 한 난방기구를 넣지 않아 발주자가 대신 설치한 부분입니다. 외벽판넬은 두께 차이가 약 10%로 건물의 구조나 안전, 외벽의 기능에는 지장이 없어 중대한 하자로 보기 어렵고 뜯어내 다시 시공하려면 과다한 비용이 들기 때문에, 보수비가 아니라 시공비용의 차액 272만 3,600원만 손해로 인정됐습니다. 난방기구는 설치비 상당액 108만 6,800원입니다. 상대방은 하자로 1,166만 7,700원을 주장했지만 인정된 것은 합계 381만 400원이었고, 그만큼이 관리동 공사대금에서 상계됐습니다. 남은 금액은 민법 제479조가 정한 순서대로 정리됐습니다. 소 제기 뒤 발주자가 7억 9,205만 4,545원을 변제했는데, 충당 순서를 합의한 적이 없으므로 지연손해금에 먼저 충당하고 원금에 충당했습니다. 그 결과 3억 6,975만 8,380원이 남았습니다. 받지 못한 부분도 적어 둡니다. 착공이 여덟 달 가까이 미뤄진 데 따른 간접비 8,700만 원은 기각됐습니다. 발주자가 건축허가사항이 바뀔 것이라며 공사를 진행하지 말라고 해서 당초 착공 예정일보다 한참 늦게 시작했고, 그동안 가설자재 임대료와 현장 관리직원 급여, 식대와 유류비가 나갔다는 청구였습니다. 법원은 가설재를 실제로 설치하고 임차료를 냈는지, 직원들이 그 현장에 얼마나 근무했는지를 제출된 증거만으로는 알 수 없고, 발주자의 잘못으로 착공이 늦어졌다고 인정할 증거도 없다고 봤습니다. 공사가 멈춰 있는 동안 나가는 돈은 그때그때 증빙을 남겨 두지 않으면 나중에 받기 어렵습니다. 항소심 판결문에 적힌 청구취지와 주문은 다음과 같습니다.청구취지
피고는 원고에게 475,368,372원 및 이에 대하여 2023. 1. 21.부터 다 갚는 날까지 연 12%의 비율로 계산한 돈을 지급하라.주문
1. 제1심판결 중 아래에서 추가로 지급을 명하는 금액에 해당하는 원고 패소 부분을 취소한다. 피고는 원고에게 8,208,188원 및 이에 대하여 2023. 1. 21.부터 2025. 10. 22.까지는 연 5%의, 그다음 날부터 다 갚는 날까지는 연 12%의 각 비율로 계산한 돈을 지급하라.2. 원고의 나머지 항소와 피고의 항소를 각 기각한다.3. 소송 총비용 중 20%는 원고가, 나머지는 피고가 각 부담한다.4. 제1항 중 금전 지급 부분은 가집행할 수 있다.판결문에서 그대로 옮겼습니다. 법원·사건번호·당사자 이름은 밝히지 않습니다.
5. 조성욱 변호사의 관점 — 같은 조항이 받을 때와 막을 때 양쪽으로 쓰입니다
건설 분쟁을 오래 다루다 보면 총액계약의 성격이 양쪽으로 작동한다는 것을 보게 됩니다. 계약에 없던 공사를 했다면 그만큼을 더 받을 수 있고, 반대로 계약 안의 공사에서 물량이 덜 들어갔다 해도 그것을 이유로 깎이지 않습니다. 시공사가 계약금액을 믿고 인력과 자재를 투입할 수 있는 것은 이 두 번째 효과 덕분입니다. 공사가 끝난 뒤에 «실제로 얼마나 들어갔는지 다시 세어 보자»는 말이 통한다면, 애초에 총액을 정해 계약할 이유가 없습니다. 그리고 감정신청서는 서면 한 장이 아니라 사건의 설계도입니다. 감정인은 받은 질문에만 답합니다. 질문이 상대의 틀로 짜여 있으면, 감정 결과가 나온 뒤에 아무리 잘 다퉈도 그 숫자를 되돌리기 어렵습니다. 이 사건에서 1억 1,900만 원을 가른 것은 법정에서의 공방이 아니라 그보다 앞서 제출한 감정신청서의 문장이었습니다. 건설 사건에서 감정을 앞두고 계신다면, 신청서를 내기 전에 계약서부터 다시 읽어 보시기를 권합니다. 마지막으로 못 받은 8,700만 원 이야기를 덧붙입니다. 현장이 멈춰 있는 동안에도 임대료와 급여는 나갑니다. 그런데 그 돈은 «나갔다»는 사실만으로는 받지 못합니다. 누구의 책임으로 멈췄는지, 그 기간에 무엇을 얼마나 썼는지가 서류로 남아 있어야 합니다. 공사를 멈추라는 말을 들었을 때 그 지시를 문자나 공문으로 남기고, 멈춰 있는 동안의 지출을 따로 모아 두는 습관이 나중에 수천만 원을 가릅니다.6. 같은 일을 겪고 계시다면
시공사라면 ·계약서에 «총액»이 적혀 있는지, 단가와 수량으로 대금을 정한다고 적혀 있는지부터 확인하십시오. 내역서가 붙어 있다는 사실만으로 단가계약이 되지는 않습니다. 중요한 것은 그 내역서를 무엇에 쓰기로 했느냐입니다. ·기성을 받을 때 상대가 수량을 검측했는지 기억해 두십시오. 검측 없이 기성을 받아 왔다면 그 자체가 물량으로 정산하는 계약이 아니었다는 증거가 됩니다. ·공사를 멈추라는 지시는 반드시 글로 남기십시오. 문자, 메일, 공문 어느 것이든 좋습니다. 그 기간의 가설재 임대료와 인건비는 영수증과 급여대장으로 따로 모아 두십시오. ·추가공사를 했다면 그것도 같은 계약서 조항으로 받습니다. 서면 변경계약이 없어도 길이 있는지는 추가·변경 공사비를 발주처가 못 주겠다고 할 때에 정리해 두었습니다. ·대금을 못 받고 있다면 회수 수단부터 점검하십시오. 공사대금을 못 받았을 때의 회수 방법과 건물에 유치권을 행사할 수 있는지에 각각 담아 두었습니다. 발주자라면, 공사가 끝난 뒤에 물량을 다시 세어 깎는 방식은 계약서가 그렇게 되어 있을 때만 통합니다. 실제 물량으로 정산할 생각이라면 계약할 때 단가와 수량으로 대금을 정한다는 점을 계약서에 분명히 적고, 기성을 줄 때마다 검측해 기록을 남겨야 합니다. 반대로 시공이 도면과 다르게 된 부분이 있다면 그것은 하자담보책임의 문제로 따로 다툴 수 있고, 이 사건에서도 그 부분은 인정됐습니다. 다만 하자가 중요하지 않은데 보수에 과다한 비용이 드는 경우에는 뜯어내는 비용이 아니라 시공비용의 차액만 인정된다는 점(민법 제667조)을 염두에 두십시오. 공사대금 분쟁이 소송까지 가면 실제로 어떤 순서로 진행되는지는 공사대금을 떼였을 때 소송까지 가면 어떻게 진행되나요에 단계별로 적어 두었고, 반대로 기성금을 청구당한 쪽에서 막아낸 사건은 공사를 멈춘 하도급업체의 기성금 청구를 막은 사건에 담아 두었습니다. 건설 분쟁 전반은 청주 건설 전문 변호사에 정리해 두었습니다.관련 법령 · 민법 제479조(비용, 이자, 원본에 대한 변제충당의 순서) · 제667조(수급인의 담보책임) · 소송촉진 등에 관한 특례법 제3조(법정이율) · 민간건설공사 표준도급계약서(국토교통부 고시)
실제 수행한 사건을 바탕으로 작성했습니다. 의뢰인 보호를 위해 당사자·사건번호 등 사건을 특정할 수 있는 정보는 싣지 않았고 일부 사정은 조정했습니다. 개별 사건의 결과는 사실관계와 증거에 따라 달라집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