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복귀 첫날, 자리가 없어져 있었습니다
일 년을 비우고 돌아온 첫 출근날 인사팀이 이렇게 말합니다. "그 자리는 다른 사람이 맡게 돼서요. 당분간 다른 일을 좀 해 주셔야 할 것 같습니다." 팀장이었던 사람이 팀원이 되어 있거나, 기획을 하던 사람이 창고 재고를 세는 자리로 갑니다. 월급은 그대로라고 합니다. 회사는 "조직이 바뀌었다", "그동안 업무가 다 재배치됐다"고 설명합니다.
드문 일이 아닙니다. 박해철 의원실이 고용노동부에서 받아 2026년 9월에 공개한 자료를 보면, 육아휴직을 이유로 한 불리한 처우와 직무복귀 관련 진정은 최근 5년 사이 세 배 넘게 늘어
2026년 상반기에만 168건이 접수됐습니다. 제도는 넓어지는데 복귀 이후의 다툼은 오히려 늘고 있다는 뜻입니다.
결론부터 말씀드리면,
월급이 같다는 이유만으로 회사가 의무를 다한 것이 되지는 않습니다. 법은 복귀 자리에 대해 구체적인 기준을 두고 있고, 대법원은 그 기준을 꽤 촘촘하게 풀어 놓았습니다.
2. 법이 회사에 지운 의무는 두 가지입니다
육아휴직은 남녀고용평등법 제19조가 정합니다. 만 8세 이하 또는 초등학교 2학년 이하의 자녀를 기르기 위해 신청하면 사업주는 허용해야 하고(제1항), 기간은 1년 이내이되 같은 자녀를 두고 부모가 각각 3개월 이상 썼다면 6개월을 더 쓸 수 있습니다(제2항). 최근에는 임신 중인 배우자를 둔 남성 근로자의 신청과, 자녀가 다니는 기관의 휴원·휴교·방학이나 질병을 이유로 1주 또는 2주씩 쓰는 이른바 단기 육아휴직까지 조문에 들어왔습니다(제1항·제6항·제7항).
복귀 국면에서 실제로 쓰이는 것은 제3항과 제4항 두 개입니다.
| 조문 | 회사의 의무 | 위반하면 |
|---|
| 제19조 제3항 | 육아휴직을 이유로 해고나 그 밖의 불리한 처우를 하지 않을 것. 휴직 기간 중에는 해고 자체가 금지(사업을 계속할 수 없는 경우만 예외) | 3년 이하 징역 또는 3천만원 이하 벌금(제37조 제2항 제3호) |
| 제19조 제4항 | 휴직 전과 같은 업무, 또는 같은 수준의 임금을 지급하는 직무에 복귀시킬 것. 휴직 기간은 근속기간에 포함 | 500만원 이하 벌금(제37조 제4항 제4호) |
두 조항은 성격이 다릅니다. 제4항은 «어느 자리에 앉혔는가»라는 결과를 보고, 제3항은 «육아휴직 때문에 불이익을 줬는가»라는 이유를 봅니다. 실무에서는 대개 둘을 함께 주장합니다.
육아기 근로시간 단축을 쓴 경우에도 구조가 같습니다. 단축을 이유로 한 불리한 처우가 금지되고(제19조의2 제5항), 단축 기간이 끝나면 전과 같은 업무나 같은 수준의 임금을 주는 직무로 복귀시켜야 하며(제6항), 단축 중에도 근로시간에 비례하는 경우 외에는 근로조건을 불리하게 할 수 없습니다(제19조의3 제1항).
3. 대법원이 말한 «같은 업무»의 기준
이 쟁점의 기준을 세운 것이 대법원 2022. 6. 30. 선고 2017두76005 판결입니다. 육아휴직에서 돌아온 근로자를 다른 직무로 발령한 사건인데, 원심은
임금이 같으면 회사가 제19조 제4항의 의무를 다한 것이라고 보아 더 나아가 심리하지 않았습니다. 대법원은 그 전제가 잘못됐다며 원심을 파기하고 사건을 서울고등법원으로 돌려보냈습니다.
대법원이 제시한 기준은 두 층입니다.
첫째, 제3항의 «불리한 처우»란 무엇인가. 육아휴직 중이거나 그 전후로 임금과 그 밖의 근로조건에서 육아휴직 때문에 생기는
불이익 전반을 말합니다. 업무상·경제상의 불이익을 주어서도 안 되고, 복귀 후 맡을 업무가 이전과 현저히 달라져 생기는 생경함과 두려움 때문에
육아휴직을 신청하거나 복귀하는 것 자체를 꺼리게 만들어서도 안 된다고 했습니다. 제도를 위축시키는 효과까지 «불리한 처우»로 본 것입니다.
둘째, 어떤 자리라야 «같은 업무»인가. 취업규칙이나 근로계약에 적힌 업무 내용만이 아니라
실제로 해 온 업무까지 함께 보고, 휴직 전 담당 업무와 복귀 후 담당 업무를 비교해
직책·직위의 성격과 내용·범위 및 권한·책임에서 사회통념상 차이가 없어야 합니다.
조직이 개편돼 같은 자리로 되돌릴 수 없을 때는 «같은 수준의 임금을 지급하는 다른 직무»로 복귀시킬 수 있습니다. 다만 그때도
실질적인 불이익이 있어서는 안 되고, 회사가 그 책무를 다했는지는 아래 요소를 종합해 판단합니다.
·다른 직무를 줘야 할
필요성이 실제로 있었는지, 그 정도는 어떠한지
·임금을 포함한 근로조건이
전체적으로 낮은 수준인지
·업무의 성격·내용·범위·권한·책임에 불이익이 있는지, 어느 정도인지
·기존에 누리던
업무상·생활상 이익이 박탈되는지
·더 동등하거나 유사한 직무를 주기 위해
휴직 전이나 복직 전에 미리 협의하고 노력했는지
마지막 항목이 실무에서 특히 자주 갈립니다. 복귀 두 주 전에 통보만 하고 끝낸 회사와, 휴직 중에 조직 개편 상황을 알리고 복귀 자리를 함께 의논한 회사는 같은 결과를 놓고도 평가가 달라집니다.
4. 증명해야 하는 쪽은 회사입니다
남녀고용평등법 제30조는
이 법과 관련한 분쟁해결에서 입증책임은 사업주가 부담한다고 정합니다. 근로자가 "육아휴직 때문에 밀려났다"는 것을 완벽하게 증명해야 하는 구조가 아니라는 뜻입니다. 회사 쪽에서 조직 개편이 실제로 있었고, 그 자리가 육아휴직과 무관하게 정해졌으며, 새 직무가 실질적으로 불리하지 않다는 것을 내놓아야 합니다.
실무에서 이 조문은 «자료를 가진 쪽이 내놓게 만드는» 장치로 작동합니다. 휴직 기간에 그 자리를 누가 어떤 경위로 맡았는지, 같은 시기에 휴직하지 않은 동료들은 어떻게 배치됐는지는 회사만 가진 자료입니다.
5. 어디로 가야 하나 — 흔히 헷갈리는 지점
여기서 오해가 자주 생깁니다. 남녀고용평등법에도 노동위원회 시정신청 제도가 있지만(제26조),
그 대상은 제7조부터 제11조까지의 성차별과 제14조·제14조의2의 성희롱 관련 처우뿐입니다. 육아휴직 불이익은 이 목록에 없습니다. 손해액의 최대 3배까지 배상을 명할 수 있는 제29조의2의 징벌적 시정명령도 마찬가지로 이 경로에 붙어 있는 제도입니다.
육아휴직 복귀 분쟁에서 실제로 쓰는 길은 셋입니다.
| 가는 곳 | 무엇을 구하나 | 근거와 기한 |
|---|
| 노동위원회 | 전보·대기발령·해고의 취소와 원상회복 | 근로기준법 제23조 제1항의 «부당해고등»에 해당하는 경우. 그 처분이 있었던 날부터 3개월 이내(제28조 제2항) |
| 고용노동청 | 사업주 처벌(진정·고소) | 제19조 제3항 위반은 3년 이하 징역 또는 3천만원 이하 벌금, 제4항 위반은 500만원 이하 벌금 |
| 법원(민사) | 전보 무효 확인, 임금 차액, 위자료 | 민사소송. 노동위원회 절차와 병행하거나 이어서 진행 |
앞서 본 2017두76005 판결도 근로자가
부당전직 구제신청으로 시작한 사건이었습니다. 부서 이동이나 직책 박탈이 근로기준법 제23조 제1항의 전직에 해당한다면 노동위원회가 첫 관문입니다. 노동위원회가 부당하다고 판정하면 사용자에게 구제명령을 하고, 근로자가 원직복직을 원하지 않으면 그에 갈음하는 금품 지급을 명할 수도 있습니다(근로기준법 제30조 제1항·제3항·제4항).
어느 기관으로 갈지 더 넓게 보려면
직장에서 분쟁이 생기면 노동청·노동위원회·법원 중 어디로 가야 하나요를 함께 보시면 도움이 됩니다.
6. 가장 짧은 시계는 3개월입니다
세 경로 가운데 기한이 가장 빠듯한 것이 노동위원회입니다.
부당해고등이 있었던 날부터 3개월이고, 이 기간이 지나면 그 경로는 닫힙니다. "일단 몇 달 다녀 보고 정 안 되면 문제 삼자"고 미루는 사이에 가장 강력한 수단이 사라지는 일이 실제로 생깁니다.
복귀하자마자 사직을 권유받는 경우도 적지 않습니다. 사직서를 쓰기 전에
권고사직인데 회사가 자진퇴사로 처리했습니다, 실업급여를 받을 수 있나요를 먼저 읽어 보시기 바랍니다. 복귀 후에 따돌림이나 모욕이 이어진다면 그것은 별개의 문제로 다룰 수 있습니다 —
청주에서 직장 내 괴롭힘 신고와 손해배상 절차는 어떻게 되나요를 참고하십시오. 전보를 넘어 해고로 이어졌다면
부당해고 당했어요, 어떻게 대응해야 하나요가 다음 순서입니다.
7. 지금 모아 두셔야 할 것
다툼의 승패는 대부분 «휴직 전 내가 무엇을 하던 사람이었는지»를 얼마나 구체적으로 보여 주느냐에서 갈립니다. 회사가 자료를 쥐고 있으므로, 손에 남는 것부터 챙겨 두십시오.
1.
휴직 전 업무를 보여 주는 것 — 명함, 조직도, 결재선이 찍힌 문서, 회의 참석자 명단, 담당자로 이름이 적힌 대외 문서, 업무 인수인계서
2.
복귀 후 업무를 보여 주는 것 — 새 발령 통지서, 새 조직도, 바뀐 결재선, 실제로 하는 일을 적은 일지
3.
회사의 설명 — 복귀 자리에 관한 메일·메신저 대화, 인사팀·상급자와 나눈 면담 기록. 통보만 있었고 협의가 없었다면 그 사실 자체가 판단 요소가 됩니다
4.
비교 대상 — 같은 시기 휴직하지 않은 동료들의 보직 변동. 나만 달라졌다면 중요한 정황입니다
5.
임금 자료 — 급여명세서. 기본급이 같아도 직책수당·성과급이 빠졌다면 «같은 수준의 임금»이 아닐 수 있습니다
복귀 자리에 대한 통보를 구두로만 받았다면, 들은 내용을 정리해 회사에 서면으로 확인을 구해 두는 것도 방법입니다. 회사의 답이 그대로 자료가 됩니다.
조성욱 변호사의 관점
21년 동안 노동 사건을 다루면서 보면, 육아휴직 복귀 분쟁은 대개 «악의»보다 «무신경»에서 시작됩니다. 한 사람이 일 년을 비우면 그 업무는 어떻게든 나뉘어 흡수되고, 복귀일이 다가와서야 "어디에 넣지" 하는 논의가 시작됩니다. 그래서 회사 담당자들은 자기가 법을 어겼다는 생각을 못 하는 경우가 많습니다. 뒤집어 말하면
휴직 중에 한 번이라도 협의한 기록이 있는 회사는 결과가 조금 아쉬워도 방어가 되고, 통보만 한 회사는 사정이 아무리 딱해도 설명이 궁색해집니다. 근로자 쪽에서 가장 자주 놓치는 것은 두 가지입니다. 하나는 3개월이라는 시계가 «부당한 처분이 있었던 날»부터 돌아간다는 점이고, 다른 하나는 임금이 같다는 회사의 설명을 스스로 납득해 버리는 것입니다. 대법원이 본 것은 임금 한 줄이 아니라 권한과 책임, 그리고 그 사람이 원래 누리던 업무상·생활상의 이익 전부였습니다. 자리가 이상하다고 느껴진다면 그 감각을 서둘러 기록으로 남겨 두시는 편이 좋습니다.
8. 청주에서 상담이 필요하시다면
법률사무소 信은 청주에서 노동 사건을 오래 다뤄 왔습니다. 육아휴직 복귀 분쟁은 시간 계산과 자료 확보가 결과를 크게 좌우하는 유형이라, 아래 순서로 정리해 드립니다.
첫째, 복귀 발령이 근로기준법상 «부당해고등»에 해당하는지 먼저 가려 노동위원회 경로가 열려 있는지 확인합니다. 둘째, 3개월의 기산점을 특정해 남은 시간을 계산합니다. 셋째, 휴직 전후 업무를 직책·권한·책임 항목별로 대조한 표를 만들어 주장의 뼈대를 세웁니다. 넷째, 회사가 내놓아야 할 자료를 목록으로 정리해 노동위원회 절차에서 요구합니다. 다섯째, 형사 진정을 함께 낼 것인지, 낸다면 시점을 언제로 할 것인지 판단합니다. 여섯째, 원직복직과 금전보상 중 실제로 무엇을 원하시는지 먼저 정하고 절차를 그에 맞춥니다. 일곱째, 복귀 후 괴롭힘이 이어지는 경우에는 그 부분을 별도 절차로 분리해 함께 진행합니다.
노동 관계 법령은 최근 몇 년 사이 자주 바뀌고 있습니다. 2026년 11월 27일부터는 난임치료휴가를 이유로 한 불리한 처우도 같은 벌칙 조항에 들어옵니다. 상담 시점의 조문을 확인해 드리니, 혼자 판단하지 마시고 한 번 상의해 보시기 바랍니다.
법률사무소 信 · 변호사 조성욱
청주시 서원구 산남로 64 엔젤변호사빌딩 605호
☎ 043-291-555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