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건의 경과
사건의 줄기를 먼저 표로 정리했습니다.
법원이 든 이유를 항목별로 정리하면 이렇습니다.
끝나지 않은 부분도 적어 둡니다.
가처분에서 이겼다고 그 각서가 무효로 확정된 것은 아닙니다. 가처분은 소명, 그러니까 «상당히 그럴 것 같다»는 수준으로 판단하는 절차입니다. 회사가 본안소송을 내어 증거를 더 갖추고 다시 다툴 길은 남아 있습니다. 이 사건에서는 회사가 불복하지 않았고 본안도 내지 않아 그대로 끝났지만, 기각 결정 자체가 분쟁의 종결을 보장하지는 않습니다.
소송비용도 마찬가지입니다. 「소송비용은 채권자가 부담한다」는 주문이 나왔다고 해서 쓴 돈이 자동으로 돌아오지는 않습니다. 금액을 정하는 절차를 따로 밟아야 하고, 그 절차에서 인정되는 금액은 실제로 지출한 변호사 비용 전액이 아니라 규칙이 정한 한도까지입니다.
회사가 주었다는 위로금과 경비를 돌려주어야 하는지도 이 결정에서 판단된 바 없습니다. 각서의 효력이 없다는 판단과 이미 받은 돈의 처리는 별개의 문제로 남습니다.
| 구분 | 내용 |
|---|---|
| 의뢰인 | 충북의 농자재 제조·유통 회사에서 1년 11개월 일한 개인 · 가처분의 채무자 |
| 상대방 | 그 회사 · 가처분의 채권자 |
| 사건 | 퇴사하며 쓴 3년짜리 전직금지 각서를 근거로 한 취업금지 가처분 |
| 신청 내용 | 2026년 4월 말까지 같은 업종 회사와 그 계열사에 취업·근무·자문·용역 제공 금지 · 어기면 하루 50만 원 |
| 핵심 쟁점 | 그 각서에 효력이 있는가 · 대가를 준 것이 맞는가 · 지킬 영업비밀이 실제로 있는가 |
| 결과 | 신청 전부 기각 · 소송비용 전부 회사 부담 · 회사는 불복하지 않음 |
1. 퇴사하며 쓴 각서 한 장이 1년 반 뒤에 돌아왔습니다
의뢰인은 충북에서 농자재를 만들어 파는 회사에 다녔습니다. 2021년 6월에 들어가 2023년 4월 말에 그만두었으니 1년 11개월을 일했습니다. 그만두면서 서류 한 장에 서명했습니다. 내용은 이랬습니다. 퇴직일로부터 3년 동안, 회사와 합의한 지역과 직무에서 회사의 영업비밀이나 영업자산이 누설되거나 이용될 가능성이 있는 기업·단체에 취업하지 않고 그런 기업을 창업하지도 않겠다. 취업하거나 창업하려는 곳이 이 각서의 경업금지 대상인지 불분명하면 미리 회사에 알리고 확인과 동의를 받겠다. 퇴사하는 자리에서 내미는 서류는 대개 그 자리에서 읽고 그 자리에서 서명하게 됩니다. 급여 정산과 퇴직 절차가 함께 놓여 있으니 한 장을 따로 떼어 따지기가 어렵습니다. 의뢰인도 그렇게 서명했습니다. 그 뒤 같은 업종의 다른 회사에 취직했습니다. 그리고 퇴사하고 1년 반쯤 지난 2024년, 전 직장으로부터 취업금지 가처분을 당했습니다. 회사의 주장은 이랬습니다. 의뢰인이 영업 범위가 상당 부분 겹치는 회사에 취직해, 회사가 국내에 독점으로 공급하던 소독제와 관련해 회사의 기존 고객들을 상대로 판매를 하고 있다, 이는 영업비밀을 침해하는 행위이고 각서에도 어긋난다. 그러니 각서에 적힌 3년이 끝나는 2026년 4월 말까지 그 회사와 계열사에 나가지 못하게 해 달라, 어기면 하루에 50만 원씩 물게 해 달라. 가처분이 받아들여지면 의뢰인은 그날로 직장을 잃습니다. 1년 반을 다닌 회사를 나와야 하고, 같은 업종에서 할 수 있는 일이 사실상 없어집니다. 그동안 쌓은 경력이 통째로 멈추는 것입니다.2. 승부처는 «그 각서를 언제, 무엇을 받고 썼는가»였습니다
전직금지 사건에서 흔히 벌어지는 다툼은 «그 사람이 영업비밀을 가져갔는가»입니다. 가져갔다면 나쁜 사람이 되고, 안 가져갔다고 증명하기는 어렵습니다. 이 다툼으로 끌려 들어가면 지키는 쪽이 불리합니다. 저희가 잡은 자리는 그 앞이었습니다. 그 각서 자체에 효력이 있는가. 이 자리를 고른 데는 두 가지 근거가 있습니다. 첫째, 전직금지 약정은 서명했다고 해서 그대로 효력이 생기는 서류가 아닙니다. 직업을 고를 자유는 헌법이 보장하는 기본권이고, 그 자유를 묶는 약속은 합리적인 제한이라고 인정되는 범위 안에서만 효력이 있습니다. 보호할 가치가 있는 회사의 이익이 실제로 있는지, 제한하는 기간과 지역과 직종이 어느 정도인지, 그 대가로 무엇을 주었는지, 퇴직 전 지위와 퇴직 경위가 어떠했는지를 모두 따져 판단합니다. 그 범위를 넘으면 민법 제103조가 말하는 선량한 풍속 기타 사회질서에 어긋나는 약정으로서 무효가 됩니다. 둘째, 그 유효성을 증명할 책임은 회사 쪽에 있습니다. 근로자가 «무효다»를 증명하는 구조가 아니라, 회사가 «유효하다»를 증명해야 하는 구조입니다. 이 점이 사건의 무게중심을 옮깁니다. 여기에 가처분이라는 절차의 성격이 더해집니다. 전직금지 가처분은 만족적 가처분이라고 불립니다. 보통의 가처분은 나중에 본안에서 다툴 수 있도록 현상을 묶어 두는 임시 조치인데, 취업을 금지하는 가처분은 다릅니다. 그 기간 동안 일을 못 하게 되면 뒤에 본안에서 이겨도 지나간 시간은 돌아오지 않습니다. 사실상 판결과 같은 결과를 가져오고 원상회복이 안 됩니다. 그래서 법원은 이런 가처분에 고도의 소명을 요구합니다. 「그럴 수도 있겠다」로는 부족하고 상당히 분명해야 합니다. 정리하면 이렇습니다. 회사는 ① 약정이 유효하다는 점을 증명해야 하고 ② 그것도 고도로 소명해야 합니다. 저희가 할 일은 그 두 겹을 못 넘게 하는 것이었습니다.3. 실제로 한 일
각서를 쓴 시점을 따졌습니다. 이 각서는 의뢰인이 퇴사 의사를 밝힌 뒤 퇴사 직전에 작성됐습니다. 이미 그만두기로 한 사람이 스스로 3년짜리 족쇄를 찰 이유가 없습니다. 아무 동기가 없는 서명이라면 남는 설명은 하나입니다. 우월한 위치에 있는 회사의 요구로 쓰인 서류라는 것입니다. 입사할 때 받는 서약서와 퇴사 직전에 받는 서약서는 성격이 다릅니다. 대가라고 내세운 것을 하나씩 갈랐습니다. 회사는 각서의 대가로 세 가지를 주었다고 했습니다. 3개월분 기본급에 해당하는 위로금, 창업이나 취직에 쓰라고 준 경비, 그리고 재직 중 생긴 손해배상금을 포기해 준 것입니다. 저희는 각각을 따로 떼어 보게 했습니다. 위로금은 퇴직할 때 주는 돈이지 전직을 금지하는 대가로 준 돈임을 보여 주는 자료가 없었습니다. 손해배상금 포기는 전제부터 서지 않았습니다. 받지 못한 채권이 있다는 사정만으로 직원에게 손해배상 책임이 생기는 것은 아니기 때문입니다. 남은 것은 경비였는데, 그 금액이 117만 290원이었습니다. 금액을 숫자 그대로 적어 냈습니다. 3년 동안 같은 업종에서 일하지 못하게 하는 약속의 대가로 117만 원. 이 대비는 길게 설명할 필요가 없습니다. 숫자를 나란히 놓는 것으로 충분합니다. 제한의 범위를 지도 위에 올렸습니다. 회사는 심문 과정에서 «대전·충청권 밖에서 취직한다면 허용할 의사가 있었다»고 했습니다. 그런데 회사가 스스로 영업 대상이라며 낸 고객 명단의 거래처들이 전국에 걸쳐 있었습니다. 전국이 영업 범위라면 충청권 밖이라고 달라질 것이 없습니다. 회사가 낸 자료가 회사의 주장을 깎는 자리였습니다. «영업비밀»이라고 부른 것의 알맹이를 물었습니다. 회사가 보호해야 한다고 한 것은 소독제를 쓰는 고객 명단이었습니다. 그러나 법이 말하는 영업비밀은 공공연히 알려져 있지 않고, 독립된 경제적 가치가 있으며, 비밀로 관리된 정보입니다. 어떤 농가나 업체가 그 소독제를 그 회사로부터 받아 왔다는 사실 자체는 거래 상대방이면 아는 일입니다. 그것을 영업비밀이라고 부르려면 무엇을 어떻게 비밀로 관리했는지가 나와야 합니다. 그 자료가 제출되지 않았습니다.4. 결과, 그리고 끝나지 않은 부분
법원은 신청을 전부 기각했습니다. 소송비용도 회사가 모두 부담하게 했습니다.신청취지
1. 채무자는 2026. 4. 30.까지 같은 업종 회사 및 그 계열회사에 취업 또는 근무하거나 고문계약, 자문계약, 용역계약체결 기타 방법으로 노무 또는 용역을 제공하여서는 아니 된다.2. 채무자가 제1항 기재 명령을 위반하는 경우 채권자에게 위반행위 1일당 500,000원을 지급하라.주문
1. 채권자의 신청을 기각한다.2. 소송비용은 채권자가 부담한다.판결문에서 그대로 옮겼습니다. 법원·사건번호·당사자 이름은 밝히지 않습니다.
| 회사가 내세운 것 | 법원의 판단 |
|---|---|
| 퇴사할 때 서명받은 3년 전직금지 각서 | 체결 시점이 퇴사 의사를 밝힌 뒤 퇴사 직전 · 이미 퇴사를 정한 사람이 이런 약정을 맺을 동기가 없다 · 우월적 지위에 있는 회사의 일방적 요구로 작성됐을 가능성이 높다 |
| 대가 ① 3개월분 기본급 위로금 | 경업금지의 대가로 지급된 것임을 인정할 자료가 없다 |
| 대가 ② 창업·취직 경비 117만 290원 | 대가로 보기 어렵고, 그런 의도로 주었다 하더라도 대가로 보기에는 지나치게 소액 |
| 대가 ③ 재직 중 손해배상금 포기 | 미수채권이 생겼다는 이유만으로 근로자에게 손해배상 채권이 생겼다고 보기 어렵다 |
| 금지 기간 3년 · 동종업종 설립·취업 전면 금지 | 일반적인 전직금지 약정에 비해 장기이고 범위도 매우 포괄적 |
| «충청권 밖이면 허용할 의사가 있었다» | 회사가 낸 고객 명단의 거래처가 전국에 걸쳐 있어 신빙성이 떨어진다 |
| 고객 명단이 영업비밀이다 | 그 고객들이 그 소독제를 기존에 회사로부터 공급받아 왔다는 정보 자체만으로는 보호가치 있는 영업비밀로 보기 어렵다 |
| 위반 시 1일 50만 원 간접강제 | 본체인 금지 신청이 이유 없으므로 함께 이유 없다 |
| 결론 | 이 전직금지 약정은 실질적인 합리성을 결하여 효력이 없다 · 신청 전부 기각 |
5. 조성욱 변호사의 관점 — 영업비밀이라는 말과 영업비밀인 것은 다릅니다
이 사건에서 가장 중요했던 질문은 «무엇을 지키려는 것인가»였습니다. 회사가 지키려 한 것은 고객 명단이었습니다. 그런데 명단에 적힌 내용이 «이 거래처는 우리에게서 이 제품을 사 간다»였습니다. 그 사실은 사는 쪽도 알고 파는 쪽도 압니다. 영업비밀이라는 이름을 붙인다고 영업비밀이 되지는 않습니다. 법은 공공연히 알려져 있지 않을 것, 독립된 경제적 가치가 있을 것, 비밀로 관리되고 있을 것 세 가지를 요구합니다. 세 번째가 특히 자주 빠집니다. 접근 권한을 나누었는지, 비밀 표시를 했는지, 반출을 통제했는지가 기록으로 남아 있어야 합니다. 지식재산 사건을 다루다 보면 이 구분을 매일 하게 됩니다. 특허·상표·디자인은 등록이라는 형식이 권리의 테두리를 그어 주지만, 영업비밀에는 그런 테두리가 없습니다. 그래서 «무엇이 비밀인지»를 회사가 스스로 그려 두지 않으면 분쟁이 생겼을 때 지킬 것이 특정되지 않습니다. 등록 권리와 영업비밀의 이 차이를 알고 들어가는가가 사건의 방향을 가릅니다. 한 가지 더 말씀드리고 싶은 것이 있습니다. 퇴직 서류는 입사 서류와 성격이 다릅니다. 입사할 때는 앞으로 일할 자리를 두고 양쪽이 조건을 맞춥니다. 퇴직할 때는 이미 떠나기로 정해진 사람 앞에 서류가 놓입니다. 법원이 «이미 퇴사 의사를 밝힌 사람이 이런 약정을 체결할 아무런 동기가 없었다»고 적은 대목이 바로 그 차이를 가리킵니다. 같은 문구라도 언제 서명했는지에 따라 무게가 달라집니다.6. 같은 일을 겪고 계시다면
회사를 떠나는 쪽이라면 ·퇴직 서류는 그 자리에서 다 서명하지 않아도 됩니다. 급여 정산과 전직금지 각서는 다른 서류입니다. 「읽어 보고 드리겠습니다」라고 말해도 퇴직 절차가 멈추지 않습니다. ·각서에 서명했어도 끝이 아닙니다. 전직금지 약정은 서명으로 효력이 완성되는 것이 아니라, 기간·지역·직종·대가·퇴직 경위를 따져 합리적인 범위 안에서만 인정됩니다. 그 범위를 넘으면 효력이 없습니다. ·받은 돈의 명목을 확인해 두십시오. 회사는 나중에 그 돈을 전직금지의 대가라고 말합니다. 통장에 찍힌 적요, 지급 품의, 안내 문자가 그때 증거가 됩니다. 이 사건에서도 금액과 명목이 갈림길이었습니다. ·취업금지 가처분을 받으면 미루지 말고 다투십시오. 이 가처분은 결정이 나면 그 자체로 직장을 잃는 결과가 됩니다. 기간이 지난 뒤에 본안에서 이겨도 그사이의 시간은 돌아오지 않습니다. 반대로 말하면 법원도 그 점을 알기 때문에 회사 쪽에 고도의 소명을 요구합니다. ·전 직장의 자료는 가져오지 마십시오. 약정의 효력을 다투는 것과 자료를 가지고 나오는 것은 전혀 다른 문제입니다. 파일 하나가 사건의 성격을 바꿉니다. 직원을 내보내는 회사라면, 전직금지 약정을 실제로 쓰려면 네 가지를 갖추어야 합니다. 기간을 짧게 잡고(업계 관행을 넘지 않게), 금지하는 지역과 직종을 구체적으로 적고, 대가를 따로 지급하면서 그것이 전직금지의 대가임을 서면에 남기고, 지키려는 정보를 평소에 비밀로 관리해 두는 것입니다. 네 가지 중 하나라도 빠지면 정작 필요한 때에 약정이 서지 않습니다. 직원이 떠난 뒤에 받는 서명보다, 입사할 때 받아 두고 재직 중에 관리하는 쪽이 훨씬 단단합니다. 회사 쪽에서 영업비밀을 지키는 방법은 핵심 직원이 영업비밀을 갖고 경쟁사로 이직했을 때에 따로 정리해 두었습니다. 직장에서 생긴 분쟁을 노동청·노동위원회·법원 중 어디로 가져가야 하는지는 직장 분쟁의 창구 고르기에, 회사를 둘러싼 분쟁 전반은 청주 기업법무 안내에 모아 두었습니다.관련 법령 · 대한민국헌법 제15조(직업선택의 자유) · 민법 제103조(반사회질서의 법률행위) · 부정경쟁방지 및 영업비밀보호에 관한 법률 제2조 제2호(영업비밀의 정의) · 민사집행법 제300조 제2항(임시의 지위를 정하기 위한 가처분)
실제 수행한 사건을 바탕으로 작성했습니다. 의뢰인 보호를 위해 당사자·사건번호 등 사건을 특정할 수 있는 정보는 싣지 않았고 일부 사정은 조정했습니다. 개별 사건의 결과는 사실관계와 증거에 따라 달라집니다.